[사설] 한국GM 노조, 회사 경영위기 직시해야 한다

한국GM 노사 임금협상의 진통이 심상치 않다. 한국GM 노사는 카허 카젬 사장이 지난 1일 부임한 뒤 벌인 임금교섭에서도 노사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노조가 인천 부평공장에서 20일에 이어 22일 부분 파업을 재개한다. 노조는 지난 5일 첫 부분 파업에 이어 14·15·18일에도 4~6시간의 부분 파업을 벌였다.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20일 사측의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임금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는 그동안 기본급 15만4천883원 인상·통상임금(424만7천221원)의 500% 성과급 지급·2개조가 8·9시간씩 근무하는 현행 8+9주간 2교대제를 8+8주간 2교대제로 전환·공장이 휴업해도 급여를 보장하는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해왔다. 경영권과 관련된 차종 생산 확약·디젤 엔진 생산 물량 확보도 들어 있다.

반면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기본급 5만원 인상·성과급 400만원과 격려금 500만원 지급을 제시했다. 노조의 근무방식 전환 요구도 사측은 별도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노사는 지난 13일 카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19차 교섭에 나섰으나 노조의 통역사 교체 요청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교섭이 성과 없이 끝났다. 이런 와중에 카젬 사장이 돌연 미국 본사로 출장, 교섭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노조 지회장 선거가 실시중인데다 카젬 사장의 귀국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협상 전망이 안갯속이다.

일각에선 노조의 간헐적인 부분 파업이 그렇지 않아도 떠도는 철수설을 증폭시킬 걸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14일간 파업, 사측은 차량 1만5천대 생산 차질을 빚은 걸로 보고 있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2조원이 넘어 올 1분기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게다가 올 1~8월 내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감소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이런 경영 위기에도 노조의 인식과 대처방법이 달라지지 않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본사는 다른 나라 사업장보다 유독 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한국GM을 고비용 사업장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본사가 고임금과 강성 노조를 빌미로 한국GM 사업을 축소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결코 노조가 원치 않는 국면이다.

노조는 이제 변해야 한다. 한국의 자동차산업 환경과 한국GM의 경영 위기를 직시, 사측의 경영 전략에 부응할 수 있는 전향적 전략이 필요하다. 파국이 오기 전에 노조 스스로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연구개발 투자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상생적인 대화가 될 수 있다. 사측 또한 경영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