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킬리만자로의 희망연가

지난 13일 이른 아침 시간. 카톡 한 통이 날아왔다. “김 기자님이 써 주신 기사를 읽고 많은 절단 장애인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질 겁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절단 장애인 14명과 함께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스와힐리어로 ‘번쩍이는 산’이라는 뜻) 정상 등정에 성공한 ‘2017 킬리만자로 희망원정대’ 이병국 대장(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리계장)이 보낸 메시지였다. 이번 원정대에 참여한 14명의 장애대원들은 선천적 장애를 안고 태어난 고교생 대원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통사고 등 불의의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이다. 후천적 절단 장애인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았던 과거의 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 채 사회로부터 스스로 벽을 쌓아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비슷한 처지에 놓인 장애대원들이 6천m에 육박하는, 험중한 산 킬리만자로 정상에 우뚝 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 용기를 주기에 충분한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는 게 이 대장의 설명이다.

 

▶사실 히말라야 8천m급 14좌 봉과 북미 최고봉 매킨리(6천194m),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천895m) 등은 각 대륙의 가장 높은 산이라는 자부심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등반 및 등정이 어렵거나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전 세계 수많은 산악인들이 이들 최고봉을 오르다 혹은 내려오다가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만큼 일반인들에게 쉽게 등정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그런 킬리만자로에 절단 장애를 가진 대원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죽음의 문턱을 경험케 한다’는 고산병마저 넘어선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절단 장애대원들이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르던 날.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된 주민설명회에서 장애우 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반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호소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신체의 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비보’가 될 수 있다. 누구도 미래의 일은 모르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 되는 사회, 그 속에 또 다른 대한민국의 희망이 싹튼다는 것을 우리 모두 가슴속에 새겨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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