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성남시 LH 경기지역본부에 어르신 30여명이 몰려갔다. 수원 LH 수원 센트럴타운 1단지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다. 이들이 든 팻말에는 ‘연약한 노인들 폐질환으로 다 죽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도대체 해당 경로당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연로한 어르신들이 직접 시위에 나선 것일까.
경로당은 지난 2015년 문을 열어 현재 130명가량이 이용하고 있다. 208㎡ 단층으로 부엌, 거실, 화장실 등이 있다. 경사지에 놓인 경로당은 전면을 제외한 3면이 모두 벽으로 막힌 구조다. 이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 사이에 탁한 공기로 인한 건강 장애를 호소하는 일이 늘고 있다. 최근에만 11명의 어르신이 실신했다고 경로당 관리자가 전했다. 호흡기와 잔병치레가 많아졌다고 주장하는 이용자도 많다.
대한환경기술연구소가 조사해 보니 이유가 있었다. 이산화탄소는 실내 공기질 기준치(900ppm 이하)보다 2배 이상 높은 2천400ppm이 나왔다.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기준치(400㎍㎥)보다 5배 이상 높은 2천195.3㎍㎥로 측정됐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공기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잦은 환기를 시켜줄 것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건축물 자재를 교체해줄 것을 권했다.
어르신들이 실신하고 있다는 주장이나 잔병치레가 많아졌다는 주장이 결코 과장이 아닐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LH는 법률적 책임 소재만을 따지고 있다. 경로당을 다시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고, 관리 책임에 대해서도 ‘현행법상 소유자가 공기질을 관리하게 돼 있으며 실내 공기 질 관리법에 경로당에 대한 기준은 없다’고 답하고 있다. 한 마디로 LH는 어떤 책임도 없으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얘기다.
건강 피해 호소가 잇따르고 있고, 실내 공기질의 위해성이 측정 결과로 나왔다. 당연히 현장에 대한 정밀 조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3면이 폐쇄된 구조부터 정상적이지 않다. 전문가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원인이 되는 건축물 자재가 사용됐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 건물을 지은 LH가 정밀하게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새로 지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데 왜 엉뚱한 신축 책임을 얘기하나.
관할 지자체의 책임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경로당, 노인정 등 노인 시설은 행정기관이 늘 관리해야 할 취약 시설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1년 이상 이런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면 당연히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했어야 옳다. 이럴 때면 하게 되는 탄식이 있다. 본인들이나 본인의 부모들이 사용하는 경로당이라도 이렇게 법률적ㆍ현실적 책임 소재 따지고 있을 것인가. LH도, 수원시도 당장 경로당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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