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北도발 흐려지는 귀향길

명절 고향 못가는 이산가족들 파주 임진각서 ‘추석 망향대제’

“1ㆍ4 후퇴 때 친동생이 함께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오늘따라 더 보고 싶네요”

 

26일 오전 11시께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만난 박준동옹(81)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파란 하늘 아래 유난히 쓸쓸해 보이는 북녘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더욱이 최근 북한의 핵 도발 등 연일 계속되는 강대 강 구조 속에 다시는 북쪽에 두고 온 가족들을 못 볼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깃든 마음은 애달프기 그지없다. 

황해도 옹진군이 고향인 박 옹은 다른 이산가족들과 함께 ‘추석 망향대제’를 지내고자 이곳을 찾았다. 남북 분단으로 수십 년 동안 혈육과 조상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들을 위해 대한적십자사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산가족 초청 해피트레인ㆍ추석 망향대제’ 행사에 참석한 것.

 

이날 행사는 지금껏 한 번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선정되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선조와 부모 형제의 안녕을 염원하고 조국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행사는 박 옹을 비롯한 이산가족 100여 명의 추석 명절 차례를 시작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산가족들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면서도 갈 수 없는 고향을 눈앞에 두고 그리움이 복받치는 듯 행사 내내 눈물을 훔쳤다. 합동으로 차례를 지내고 난 뒤, 한 사람 한 사람 제단 앞으로 나와 개별 차례를 지낼 때도 이산가족들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북한의 핵 도발 등 불안하기 만한 정국 속에 2년이 다 되도록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가 향후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데서 나온 불안감이 폭발한 것. 황해도 황주군에서 내려온 정원택옹(84)은 “명절이면 고향에 있는 가족이 더욱 보고싶다”면서 “매년 이렇게 망향대제 참석해 가족들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광호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장은 “이산가족들이 명절이면 북녘에 있는 가족들을 특히 더 그리워한다”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이산가족을 위한 위로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5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대한적십자사와 코레일이 이산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2013년에는 파주 도라산역, 2014~2015년에는 강원 철원 백마고지, 2016년에는 강원 양구군에서 각각 열렸다.

▲ 언제나 갈 수 있을까… 추석을 1주일 여 앞둔 26일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추석 망향대제를 지낸 한 이산가족 어르신이 북녘 고향을 그리워하며 통일 염원이 가득한 철조망을 둘러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개최한 ‘이산가족 초청 해피트레인ㆍ추석 망향대제’ 행사에 참여한 이산가족들은 이날 서울역에서 평화열차 DMZ-train을 타고 임진각으로 이동해 망향대제를 지낸 후, 도라산 전망대에 올라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북녁땅을 바라봤다.  오승현기자
언제나 갈 수 있을까… 추석을 1주일 여 앞둔 26일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추석 망향대제를 지낸 한 이산가족 어르신이 북녘 고향을 그리워하며 통일 염원이 가득한 철조망을 둘러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개최한 ‘이산가족 초청 해피트레인ㆍ추석 망향대제’ 행사에 참여한 이산가족들은 이날 서울역에서 평화열차 DMZ-train을 타고 임진각으로 이동해 망향대제를 지낸 후, 도라산 전망대에 올라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북녁땅을 바라봤다. 오승현기자
추석을 1주일 여 앞둔 26일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미상봉 이산가족 100여 명이 추석 망향대제를 지내며 이북에 있는 그리운 부모와 가족을 기리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개최한 ‘희망 풍차 해피트레인’ 행사에 참여한 이산가족들은 이날 서울역에서 평화열차 DMZ-train을 타고 임진각으로 이동해 망향대제를 지내고, 도라산 전망대 등을 둘러봤다. 오승현기자
추석을 1주일 여 앞둔 26일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미상봉 이산가족 100여 명이 추석 망향대제를 지내며 이북에 있는 그리운 부모와 가족을 기리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개최한 ‘희망 풍차 해피트레인’ 행사에 참여한 이산가족들은 이날 서울역에서 평화열차 DMZ-train을 타고 임진각으로 이동해 망향대제를 지내고, 도라산 전망대 등을 둘러봤다. 오승현기자

권혁준ㆍ수습 박인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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