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하철 불청객 ‘단속사각’
1호선 전철 바닥 기어다니며 장애인 행세 송내역 이르자 벌떡 일어나 돈챙겨 사라져
또 다른 젊은이는 “도와달라” 전단지 돌려 코레일 단속 소홀 틈타 ‘구걸영업(?)’ 분주
추석연휴 서울에서 인천을 오가는 지하철 안.
키 180cm 내외인 30대 후반 남성이 지하철 옆 칸에서 문을 열고 기어서 들어왔다.
그는 바닥에 온 몸을 엎드린 채 머리 위쪽에 놓인 종이박스를 양손으로 밀며 앉아있는 승객들 사이를 힘겹게 헤집고 기어갔다.
엎드려 전철 1칸을 기어갈 때마다 박스 안에는 3천∼2만 원 정도의 현금이 쌓였다.
박스에 돈을 넣어 준 사람들 대부분은 70∼80대 할머니들이었다.
젊은 여성들이 적선을 하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는 옆 칸으로 이동할 때 출입문 통로 사이에서 박스에 쌓인 돈을 모두 주머니에 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남성은 몇 칸을 기어가며 구걸행위를 하다가 인천 송내역에 이르자, 지하철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현금과 박스를 챙겨 쏜살같이 사라졌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서울-인천 노선에서 똑같은 방식의 구걸행위를 해오고 있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적선을 한 후, 구걸하던 남성이 지하철 밖으로 걸어 나간 모습을 본 A할머니(82)는 “두 다리가 불편한줄 알고 내 아들자식이 생각나고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 5천원을 줬더니 완전히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의 정(情)을 악용한 다른 형태의 거짓 구걸행위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달 초에는 같은 노선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신체 건강한 남성이 지하철에 타자마나 수 십여 장의 전단지를 승객들에게 돌린 후 다시 회수해 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전단지에는 자신의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어려움과 함께 도와달라는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전단지와 함께 돈을 건네주는 일부 승객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처벌수위가 낮다보니 이 같은 불법 구걸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고객센터 관계자는 “단속은 하고 있지만, 그 분들이 언제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수시로 확인할 수 없어 현장에서 적발하기는 어렵다”며 “고객들이 현장에서 전화를 주면 곧바로 관계자들에게 연락해서 단속을 하게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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