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發 AI… 알고도 당하는 ‘탁상대책’

매년 악순환 근본해법 뒷전
지자체 구멍숭숭 방역 급급

▲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5일 안성시 일죽면에 설치된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소독시설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전형민기자
▲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5일 안성시 일죽면에 설치된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소독시설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전형민기자
경기지역을 비롯해 서울과 충남 서산의 철새 도래지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되면서 정부의 방역 시스템 문제가 또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다. 

AI 발생 시 철새에 의한 전파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여전히 문제가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번에 AI 항원이 검출된 곳은 모두 철새 도래지다. 이번에 검출된 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높고 전파 속도가 빠른 ‘고병원성’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겨울을 앞두고 철새들이 국내로 남하하면서 AI 바이러스 전파는 이미 우려된 상태였다. AI의 전파는 주로 철새 등의 야생조류에 의해서 이뤄진다. 지난 2014년 고병원성 AI 발생 현황과 지난해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서해 인근의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를 기준으로 AI가 발생한 곳은 매번 유사하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리한 2014년에서 2017년까지 3회 이상 AI 발생 읍·면 통계를 보면, 전체 48개 읍·면이 3회 이상 발병했다. 철새가 정해진 루트를 따라 이동하는 만큼 AI 발병은 예견된 절차로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매번 되풀이되는 방역 활동 역시 식상하다. 방역 당국은 이번 AI 항원이 검출되면서 발생지 반경 10㎞ 지역을 ‘야생조수류 예찰지역’으로 설정하고 가금 및 사육조류에 대한 이동통제 및 소독을 하는 등 방역 활동을 강화했다. 

또 가금농가 및 철새도래지·소하천 등에 대한 AI 차단 방역을 강화하고 해당 지자체의 광역방제기 등 방역 차량을 총동원해 매일 소독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철새에 의한 AI 전파가 우려되는 만큼 철새로 인한 AI가 빈번하게 발생한 지역 인근엔 가금류 사육을 금하거나 철새 분비물 등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는 방안 마련 등 방역 시스템 개선을 주문한다. 

특히 내년 2월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관광객에게 소독제 쏘고 차량 이동제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송창선 건국대학교 수의과 교수는 지난해 AI 발병 시 “거점소독소와 이동 통제초소 설치 등으로는 이번 AI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방역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20일 양주시에서 고병원성 AI가 첫 발생한 이후 올해 초까지 도내 15개 시군의 206개 농장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총 1천588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정자연ㆍ권오탁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