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中國의 큰손, 작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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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지인을 만났다. 그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공장 가동률이 50%로 뚝 떨어져 심각한 출혈 경영을 하고 있어 인도, 베트남 등으로 공장 이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말이 50%이지 기업을 하는 사람들에겐 뼈를 깎는 아픔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막상 중국에서는 공장을 마음대로 옮기는 게 쉽지도 않아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고도 했다. 그는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도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었을 때 3년 가까이 피해를 당했다면서 앞으로 일본 기업이 겪은 보복보다 긴 고통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고 몹시 우울해했다. 그러면서 최근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한 번은 자기 공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자가 청구서에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여 요구했다. 그래서 왜 갑자기 가격을 높이느냐고 항의하자 업자는 단 한마디를 남기고 가더라는 것이다. “그럼 당신 마음대로 지불하시오” 참으로 황당했고 외국인 기업, 특히 한국기업이라고 이렇게 무시하는가 싶어 불쾌했다고 했다.

 

지난해 인기있는 모 TV연예프로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국어를 잘하는 젊은 중국인 출연자가 MC의 질문에 “자신을 냉동시켜 필요한 때 인류발전에 공헌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박수가 나온 것은 물론이다. “그럼 몇 년도에 깨어나고 싶으냐?”고 물었고, 젊은 중국인 출연자는 “외국어를 안 배워도 되는 세상이 될 때”라고 대답했다. 웃음이 터졌다.

이어 “그럼 모두가 중국어 하나만 하면 되는거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농담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시청자들 사이에는 ‘저것이 바로 잘못된 중국 중심 문화의 표현’이라고 공격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것을 ‘중화사상’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취임하자마자 러시아에 20억불의 차관을 발표하고, 2015년 9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보잉 여객기 300대를 구매하는 바람에 미국을 놀라게 했다. 그렇게 통 큰 선물을 미국에 안긴 시진핑은 영국에 가서는 영국의 원자력 발전에 11조원이나 되는 투자를 약속했다. 정말 굉장한 선물이다.

 

독일에 가서도 그렇게 큰 선물 보따리를 풀었고 아프리카 등 어디든 그가 가는 곳에는 선물 보따리가 있었다. 벌써 중국은 미국을 추월한 대국이 된 듯 그렇게 ‘착한 아저씨’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중국이 왜 우리에게는 그렇게 인색한 것일까? 가장 가까운 이웃이 아닌가?

 

중국에서 100여 개의 마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만신창이가 된 롯데는 더 견디질 못하고 철수를 결정했고, 한국여행 억제로 우리 관광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국의 건국기념일인 ‘국경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 10월1일부터 7일까지 매년 20만명 상당의 중국 관광객이 서울을 찾았는데, 올해는 반토막도 안돼 관광수입 2천500억원이 날아가 버렸고, 북새통을 이루던 면세점은 파리를 날렸다.

 

긴 줄을 서가며 우리 화장품을 싹쓸이하던 요커는 어디 갔는가? 사드배치가 불만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통제했어야지 왜 그냥 구경만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경제보복인가? (내심 북한의 핵개발을 즐기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북한의 핵을 제거하면 사드도 필요 없지 않은가? 300대의 보잉 여객기를 구매하고 11조원을 원전 건설에 투자해 주는 그 큰손, 나라에 따라서는 작은손으로 변하는 중국의 이중적 잣대에 대해 천년 세월, 그 중국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우리는 진정 괴롭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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