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농업인과 국민에게 한 발 더 도움되는 농진청으로 발돋움"

[경기인터뷰]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못할 일도 없고 안 될 일도 없다’는 각오로 늘 자신의 위치에서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어려움이 닥치면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부딪치며 돌파해 왔다.

고졸 출신의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이고서 40여 년 만에 청장까지 오른 라승용 농촌진흥청장(60)의 이야기다. 농림직 공무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원예연구소, 국립축산과학원장, 농촌진흥청 차관 등을 거치며 우리나라 농업, 농촌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다. 농촌진흥청장으로 취임 100일을 앞둔 그는 또 한 번 ‘못할 일도 안 될 일도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선 농업을 새로운 신성장 동력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포부다.

▲ 라승용 청장
▲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Q 청장으로 부임한 지도 백일이 되어간다.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가 궁금하다.

A 생각해보면 바쁘면서 변화가 많았다. 지난해 연말 농진청 차장에서 퇴임하고서 6개월간 학계와 산업체, 농업인 등을 만나며 농진청과 농업ㆍ농촌을 되돌아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국민이 바라는 농진청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농진청의 연구가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농업인의 소득을 올리는 데 주력하자는 것이다. 농업을 4차 혁명 시대에 걸맞은 첨단산업으로 육성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정책을 뒷받침하는 큰 그림을 세웠다. 세부적으로는 △쌀 수급균형 등 식량의 안정적 생산과 기후변화 대응 △기상이변 및 병해충 대응 △가축질병 상시화 대책 마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GMO 연구 △종자산업 육성 △농산업 분야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 앞장서겠다.

Q 언급한 대로 쌀 소비 감소가 심각하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장기적인 방안이 있다면.

A 연구개발과 기술보급으로 나눠 장기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연구 부문에서는 쌀 과잉 생산 해결을 위해 품종 및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거다. 쌀 적정 생산을 위해 밭작물 품종을 선발하고 논 재배에 적합한 품종 개발과 보급에 나서고 있다. 또 재배양식 표준화, 곡물자급률 향상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쌀 가공산업 활성화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농진청에서 개발한 ‘보람찬’ 품종 1천300t을 과자, 떡, 빵을 만드는 평택 미듬영농법인과 막걸리 제조업체인 김포 특수가공미 영농법인 등에 계약재배하고 있다. 또 올해 논 타작물 재배 확산과 곡물 수급 안정을 위해 전담 기술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중앙, 지역 단위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기술지원단을 연중 운영해 곡물 수급 안정을 도모해 나가겠다.

 

Q 농업은 종자가 출발점이다. 농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종자산업 육성 방안은 무엇인가.

A 국내 농업 발전에는 종자 경쟁력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유전자원 다양성 확보와 분야별 종자를 개발해 로열티를 절감하고 있다. 지난 2013년 72억 원에서 올해 88억 원가량 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농진청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민간육종 연구단지, 국제종자박람회가 유전자원 협력체계를 맺어 유망자원 제공 및 종자 육성도 서로 지원하고 있다.

 

Q 유망 자원 확보와 품종 육성이 궁금하다.

A 보리 등 6천170개에 이르는 국내외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배추 등 13개 작물의 유용 형질 특성 평가 및 장기 보존 기술을 개발했다. 초저온 동결법이라는 기술이다. 또 11개 민간회사에 유전자원을 제공하고 종자 육성을 지원하는데 이 가운데 농진청과 실용화재단 등 관련 기관이 협업해 이 역할을 한다. 종자수출을 위해 수출 전략 품종을 개발하고, 해외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Q 최근 기상이변으로 농축산업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 농업 대응책도 필요하겠다.

A 그렇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1.8℃ 상승했다. 이는 세계 평균 상승온도인 0.75℃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오는 2050년께는 평균기온이 3.2℃ 상승해 남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기후변화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은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보급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우선 기후변화에 맞춰 열대ㆍ아열대 작물을 도입하고,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망고와 파파야, 아티초크, 열대 시금치 등 20종에 이르는 재배기술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또 새로운 유망 유전자원 도입과 적응성 검정을 계속 추진 중이다. 농업 기후변화 연구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Q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질병에 대한 대응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대책을 마련 중인가.

A 가축 질병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국가 방역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 중이다. 농진청에서는 이러한 대책에 발맞춰 AI와 구제역 저항성을 높일 수 있는 축산 기술을 개발, 보급하는 데 우선 노력하겠다. 특히 스마트 계사 모델 개발과 차단 방역 시설 개선으로 축사 환경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천적과 병원성 곰팡이, 미생물 등 다양한 방제 방법을 현장 실증을 통해 개발 중이다. 또 건강한 병아리를 생산하고 닭의 항병성을 높일 사양기술을 개발 중이다. 가축질병에 저항성이 큰 가축 품종 개발과 백신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가축 질병에 대응하겠다.

 

Q 고령화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청년 농업인 육성에 힘을 쏟는 것으로 안다.

A 맞다. 농촌에 진입하려 해도 초기 자본과 영농 기술, 생활 여건 부족 등으로 대부분 정착이 어렵다. 젊은층을 지속적으로 농촌에 진입하게 하려면 농업에 대한 관심을 끌 정책을 마련하고, 영농 창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 핵심리더로 오는 2022년까지 청년 4-H 회원 5천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예비농을 위해서는 전국 1천719개교인 학교 4-H와 10개 대학의 대학 4-H를 중심으로 진로지도를 하겠다. 또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신규농과 창업농 등에서 품목별 네트워크 구축 및 단계별 영농ㆍ창업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 라승용 청장2
▲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Q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현재 위치에 오르기까지 어떤 목표와 마음가짐으로 공직생활에 전념했나.

A 9급 농업직으로 공무원에 입문해 1981년 농약연구소라는 기관이 만들어지면서 연구원의 삶을 시작했다. 연구관이 되고, 과장이 되는 등 모든 과정에서 못할 일도 없고 안 될 일도 없다는 것을 알았고, 이게 좌우명이 됐다. 나 스스로 우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남이 가진 좋은 생각과 행동을 빨리 받아들이고, 발전하려는 자세로 늘 임했던 것 같다.

 

Q 농진청 연구원들은 학력이 석박사급이었을텐데, 학력면에서 상대적으로 박탈감도 있었겠다.

A 그렇다. 고졸 출신으로 학력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연구를 접하기에는 실력이 너무 부족했다. 좌절감도 컸다. 그래도 ‘잘할 수 있다’고 늘 되새겼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누가 가장 먼저, 또 제대로 일하는지를 보고 그것을 표준으로 삼아 일을 했다. 일을 병행하면서 연구 능력을 키우고자 방송통신대학교에 들어 갔고 끊임없이 공부했다. 또 자신의 위치에서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상대가 나를 선택하느냐 안 하느냐가 달린 만큼, 내가 있는 위치에서 늘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Q 끝으로 농촌진흥청장으로서의 각오와 목표는 무엇인가.

A 농진청의 연구가 농업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고 농업을 미래 성장 산업,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 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특히 농진청을 농업인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고객 중심, 스마트한 조직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 원칙과 소신껏 우리나라 농업ㆍ농촌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조직이 되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

 

대담=김동수경제부장 / 정리=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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