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마개도 안한 ‘대형 견들’ 유유히 활보
철제 아닌 줄로 엮인 놀이터 울타리 불안
주민들 “산책로 좁아… 큰 개 보면 겁나”
23일 오후 1시께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 호수를 따라 산책을 하던 시민들 사이로 1m가량 되는 ‘보더콜리’종 개 1마리가 견주와 함께 끼어들었다.
개는 목줄을 찬 채 주인의 손에 이끌려 얌전한 모습이었으나, 갑작스런 대형견의 등장에 시민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견주는 유유히 산책로 인근에 위치한 반려견 놀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반려견 놀이터에는 이미 크고 작은 개 6마리가 견주와 함께 뛰어놀고 있었다.
반려견 놀이터에는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지만, 철제가 아닌 줄로 엮여 있어 허술해 보였다. 대형견이 충분히 찢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였다. 산책을 하던 시민 L씨(66ㆍ여)는 “호수 주변 산책로가 좁아 큰 개를 보면 목줄을 하고 있더라도 겁이 난다”면서 “최근 개로 인한 사건사고가 많은데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수원시 권선구 매화공원 내 위치한 반려견 놀이터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 7월 개장한 이곳도 공원 산책로와 지나치게 인접해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었다.
인근 주민 K씨(52ㆍ여)는 “산책로 중간에 떡 하니 반려견 놀이터가 위치해 산책 도중 개와 마주치는 상황이 빈번하다”며 “이곳을 지날 때마다 주의를 기울여야 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최시원씨의 반려견이 이웃 주민을 물어 폐혈병으로 사망까지 이르게 해 논란인 가운데 경기도내 일선 지자체들이 조성한 반려견 놀이터를 두고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현재 성남 6곳, 수원 2곳, 용인 1곳, 고양 1곳, 부천 1곳 등 총 12곳의 반려견 놀이터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12곳의 반려견 놀이터 조성에는 도비와 시비 각각 3억 원씩, 총 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렇게 조성된 반려견 놀이터가 오히려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반려견 놀이터가 시민들이 이용하는 일반 공원을 가로질러야만 도착할 수 있어 주민들이 개와 마주칠 가능성이 짙은 데다가 일부는 펜스마저 허술한 소재로 설치돼서다. 이 때문에 일반 공원과 반려견 놀이터의 구분이 모호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반려견 놀이터의 경우 정확한 경계가 설정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정은 수성대학교 애완동물관리과 교수는 “반려견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비 애견인의 권리도 중요하다”며 “반려견들의 활동 범위가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선까지 침범해서는 안 되며,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등 관련 제도도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일정 거리를 두고 반려견 놀이터를 조성했다”며 “해당 문제가 제기되는 지역들에 대해서는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해 조만간 개선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유병돈ㆍ조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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