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장답다고 해야 하나. 경기도의 광역 버스 준공영제를 향한 그의 공격은 진행 중이다. 23일 개최된 시장군수 협의회에서도 “교통 약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공공성에 어긋나는 정책”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이미 동의한 시장 군수들도 비난했다. “지자체들은 공공성을 확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기도의 졸속 행정에 동참하고 있다”. 앞서 반대 동참 촉구 공문 발송에 대한 월권 논란이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시장 군수들의 불만이 역력했다. 결국, 유감 의견이 나왔다. 최대 지자체인 수원의 염태영 시장이 입을 열었다. “제가 졸속추진에 합의한 사람처럼 알려졌는데, 그건 아니다”라며 “반대는 좋지만 다른 단체장을 졸속 추진에 합의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동료 시장 군수들에 대한 서명 요구 공문 발송, 대면(對面) 회의에서의 일방적 질책에 대한 나머지 시장 군수들의 속내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반대의 내용을 지적했다. “반대라는 (이 시장의)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이 시장은 완전공영제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준공영제 실시에 따른 예산 부담을 문제점으로 지적해왔다. ‘시민의 혈세로 업자만 배불린다’는 주장도 그런 취지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완전 공영제는 이보다 큰 예산이 소요된다. 이 모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비단 제 시장만의 지적이 아닐 듯싶다.
우리는 이 시장이 이런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를 두 가지로 보려 한다.
하나는 정치행위와 행정행위를 구별해야 할 필요성이다. 이 시장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정치적 이슈 선점이다. RO 지원 논란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그는 국정원 사찰 논란으로 정면 돌파했다. 지방세법 개정안으로 지방자치가 위협받을 땐 광화문 단식으로 목소리를 키웠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도 특유의 강성 발언으로 ‘이재명 사이다’라는 호평을 들었다. 그런 감각적인 행위가 모여 잠재적 대권 후보라는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광역 버스 준공영제는 그렇게 활용할 정치 소재가 아니다. 지역민들의 안전한 통근(通勤)을 도모하는 교통행정이다. 지역을 넘어서는 현안이니 경기도가 관여해야 할 광역 행정이다. 처음 하는 것도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작해 서울시민은 이미 누리고 있다. 의견 내면 되고, 토론하면 된다. 버스 준공영제가 뭐라고 이렇게 격쟁(激爭)을 벌여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차분히 가야 할 일이고, 그렇게 가는 게 맞다.
귀담아들어야 할 다른 이유는 이 시장 본인을 위해서다. ‘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다. 그 ‘큰 일’을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이 당내 호흡이다. 그 경선의 흐름을 거머쥔 지역별 대 주주(株主)가 민주당 소속 시장 군수들이다. ‘큰 일’을 위해 도움을 청하고 동참을 부탁해야 할 것 아닌가. 보다 낮은 자세로 가는 게 옳다. 도지사가 된 듯 행동하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옳지 않다. 의도 했든 안 했든 요 며칠 보여준 그의 모습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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