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예술가와 기술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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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계가 넓은 것 같지만 좁다고 느껴지는 때가 많다. 처음 만나는 연주자도 한 사람 건너면 누구인지 금방 알게 될 뿐 아니라 학연, 지연으로 무시할 수 없는 얼키설키 섞여 있는 관계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활동하며 많은 음악가들을 접하게 된다. 그들이 지휘자를 보며 적지 않은 것을 느끼고 있듯 지휘자들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통상적으로 오케스트라의 프로그램은 10분 정도의 서곡, 30분 내외의 협주곡 그리고 15분 정도의 휴식 후 45분 내외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이 전형적인 한 연주회의 구성이다. 이런 방식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 미국, 아시아 다른 국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협주곡을 연주하는 협연자들을 접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연주 또는 성악가 등이 협연자로 무대에 서며 오케스트라와 짧은 시간에 호흡을 맞추고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동안 나의 지휘 경험의 주요한 무대였던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런 패턴의 연주를 하며 느끼는 것은  많은 협연자들이 오케스트라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그들이 단순한 연주자(player)인지 진정한 예술가(artist)인지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나와 연주했던 세계적인 협연자들은 본인의 순서인 협주곡의 연주를 마친 후 휴식시간 동안 연주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후반부에는 청중석에 들어와 본인과 연주했던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을 진지하게 듣고 모든 연주가 마친 후 담화 또는 간단한 식사를 한 후 헤어진다. 보통 그들은 연주를 위해 이틀 또는 사흘 동안 오케스트라와 머물며 연습을 하게 된다. 자기가 연주할 협주곡 외에 같은 연주에서 연주될 교향곡에도 큰 관심을 갖고 교향곡 연습에도 참석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임마누엘 엑스, 예핌 브론프만, 피터 프랭클, 백건우 등 세계적 음악가들이 그렇게 했다.  

 

어찌 보면 이런 작은 관심으로 그들을 구분하는 것이 전체를 보지 않고 단순한 한 면을 본다고 생각하겠지만 연주회에 대한 진실된 마음과 추구하는 음악의 어울림을 가름하는 척도가 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나는 한국의 음악가들과 수많은 연주를 해왔지만 아직 이런 예술가를 만난 기억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부터인지 내가 젊은 음악가들에게 진심으로 조언을 하고 있다. 

 

일부 협연자들은 본인의 순서를 마친 후 바로 연주장을 떠나거나 후반부의 연주와는 상관없이 분장실에서 손님들과 시간을 갖는 것 같다.  한 연주의 구성이 채 마치기도 전 자리를 뜨는 것이 실례가 아닌 것으로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함께 연주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격려하는 마음이 있든지 또는 방대한 음악문헌중 협주곡 외에도 우리가 알아야 할 음악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고 하나라도 더 듣고 배우고자 하는 예술가의 마음이 있다면 겸허히 청중석 구석에 앉아 연주회 끝까지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런 협연자가 있다면 그의 향후 연주 커리어는 성공적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예술가들이 대한민국에도 많아지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의 음악을 직접 듣는 것이 큰 공부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는 젊은이들이 내게 오디션 하러 오는 것을 환영한다. 아무리 바쁜 시간 중에서도 그들의 음악을 통해 내가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음악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연주회에 가는 것이 많지 않다고 느껴질 때 허무함과 무력함을 느낀다. 심지어는 요즘 젊은 음악인들은 연습 중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동료 연주자들의 음악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습관을 가진 것을 보면 과연 이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예술은 무엇일까하는 의문과 함께 측은함을 갖게 된다. 악기를 다루는 단순 기술자가 아닌 영감(靈感)에 늘 배고파 하는 진정한 예술가들이 많아야 한국 음악계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함신익 함신익과 심포니 송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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