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시래기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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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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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나온 이파리를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린 게 시래기다. 배추 잎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싱싱한 무에서 나온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궁핍했던 시절, 김장철 나온 무청을 새끼에 꾀어 처마 밑에 널어두면 겨우내 요긴하게 쓰였다. 고령의 6ㆍ25세대에겐 전쟁과 가난의 상징이었다. 끼니마저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은 시래기에 된장을 풀고 거기에 보리쌀이나 찬밥 한두 덩이를 넣어 푹 끓인 시래기죽으로 긴 겨울을 버텼다. ▶허기진 배를 달래던 구황식품이 최근 웰빙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겨울철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데다 항암효과까지 입증되면서다. 무청에 있는 칼슘 함량은 무뿌리보다 무려 열 배가량 많고, 철분과 미네랄이 풍부해 골다공증과 빈혈 예방에 좋다고 한다. 특히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 함량은 크게 줄고 무기질이나 섬유질 함량은 훨씬 높아져 변비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 인기다. 식이섬유소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를 억제하고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일원에선 단무지용 무를 수확하면서 나온 무청을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수확 후 발생한 무청은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대로 버려졌다. 하지만, 농한기를 활용한 틈새 사업으로 시래기로 건조해 팔면서 농가마다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도산면에서 생산하고 있는 시래기는 자연건조 방식인데, 올해는 예년과 비교하면 건조시기에 기온이 낮아지면서 더욱 질 좋은 시래기가 생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래기는 밥도 되고, 죽도 되고, 국도 되고, 나물도 된다. 푹 삶은 시래기를 잘게 썬 후 들기름과 조선간장으로 밑간해 양념이 고루 배게 두었다가 쌀 위에 올려 밥을 지으면 시래기 밥이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낸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썬 시래기를 된장과 다진 마늘을 넣고 무쳐 보글보글 끓여낸 국은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나물은 푹 삶은 시래기에 된장과 다진 마늘, 파, 들깻가루를 넣고 조물조물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고등어 같은 생선을 조릴 때 곁들여도 별미다. 때 이른 추위에 날씨마저 스산해서 그런지 온종일 뜨끈한 시래기죽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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