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씰은 유럽에 결핵이 만연할 때 코펜하겐의 우체국 직원이던 아니날 홀벨이 결핵퇴치 기금 마련을 위해 1904년 12월10일 세계 최초로 발행했다.
결핵은 산업화가 본격화된 18~19세기 유럽에서 크게 유행했다. 사람들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해 건강이 나쁜데다 작업환경이 좋지 않은 공장에서 일하다 보니 결핵이 극성을 부렸다. 결핵은 공기로 전염되기 때문에 공장, 학교, 군대처럼 사람이 집단을 이룬 곳에서 많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선 한국전쟁 후 가난으로 결핵환자가 대량 발생했다. 정부가 결핵퇴치사업을 펼치고, 경제성장과 국민 식생활 개선 등으로 보건의식이 향상됐지만 아직도 인구 10만명당 100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 결핵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모두 1위다.
우리나라에 크리스마스 씰이 처음 도입된 건 1932년이다. 이후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되면서 씰은 국가 주도의 국민 성금 운동으로 확대됐다. 씰 발행량은 1997년 3천800만장에서 2006년 2천200만장으로 줄어들더니 2014년 1천59만장까지 감소했다. 모금액도 2006년 61억원에서 2014년 34억원으로 급감했다. 편지나 카드를 주고받는 문화가 사라져 씰을 쓸 곳이 없는데다 공공기관 등에서 단체구입도 줄었고, 결핵에 대한 국민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김구ㆍ유관순ㆍ안중근ㆍ윤봉길ㆍ김좌진 등 독립운동가 10인의 초상을 씰에 담은 ‘독립을 향한 열망-대한민국 독립운동가 10인’이 폭발적 반응을 보이며 온라인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 등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국가를 생각했던 독립운동가들이 국민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씰 판매가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올해는 ‘우리시대의 영웅, 소방’을 주제로 한 씰이 나왔다. 결핵협회는 사회 전반적으로 소방관에 대한 인식 및 처우 개선 목소리가 커 씰을 통해 힘을 보태고 의미를 짚어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씰 뒷면엔 ‘대한결핵협회는 대한민국 소방관을 응원합니다’라는 응원문구도 넣었다.
크리스마스 씰 모금은 취약계층의 결핵 발견 및 지원, 학생 결핵환자 지원, 결핵균 검사, 연구, 저개발국 지원 등 결핵퇴치사업을 위해 사용된다. 올해 씰 모금 목표액은 46억원이다. 씰 한 장 구입으로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연말이면 좋겠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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