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앞두고 인천지역 송년회 분위기 썰렁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A씨(37)는 다음달 5∼6건의 송년 모임이 예정돼 있지만, 요즘 참석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 셋째 딸을 낳아 생활비가 늘어난 상황에서, 회비를 내야 하는 송년회에 선뜻 나가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는 “살기는 점점 팍팍해지는데 지갑이 얇아 모든 송년회를 다 챙기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일부 송년 모임은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평구 삼산동에 사는 직장인 B씨(40)도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지인들을 연말에 만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경제적 부담이 커서 올해는 마음 편한 친구 몇 명만 만날 생각”이라고 전했다.

 

연말을 코앞에 두고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인천지역 송년회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

 

송년회가 열리는 12월이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예년과 달리 어려운 거창한 송년모임보다는 조촐한 모임을 갖겠다는 의견들이 많아서다.

 

계양구의 한 디자인업체는 회사 상황이 어려워 매년 해오던 전 직원 송년회를 올해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사는 부서별로 영화를 보거나 볼링을 치는 것으로 대신한다는 계획이다.

 

송년모임을 축소하거나 취소한 경우가 늘면서 인천지역 주요 음식점들의 연말 예약률도 덩달아 바닥을 기고 있다.

 

실제 이 지역 한 음식점은 아직까지 단 1건의 송년회 예약조차 없는 상태다.

 

이 음식점 업주는 “원래 11월 말이면 연말 손님 단체예약이 꽉 차야 하는데 아직까지 예약전화를 받아보질 못했다”며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보니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것 같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직장인들의 연말 지출을 부담스럽게 하는 원인 1위에 ‘송년회비’가 꼽히기도 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752명을 대상으로 ‘연말의 등골브레이커’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3.3%가 ‘11월보다 12월 지출이 많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출 증가를 예상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각종 송년모임 등 회비로 지출될 곳이 많아서(31.0%)’가 1위를 차지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인천시지회의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경기도 안 좋고 김영란법까지 생기는 바람에 음식점들이 송년회 예약을 받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여기에 사회 분위기까지 무겁다 보니 손님들이 찾지 않아 연말 분위기가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백승재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