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증후군 예방을 위한 실질 친환경 건축자재기준안 마련 시급

국토부가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기준’을 수년간 시행하고 있는데도 LH가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실내 건축자재를 사용해 오다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 국토부가 뒤늦게 관련 법을 개정했지만 이마저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국토부, LH, 고양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10년부터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기준’을 수립해 건설사가 주택 건설 시 유해 물질을 제거하거나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성 자재를 시공하도록 했다.

 

국토부가 새집에서 방출되는 유해 화학물질로 인해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 피로감, 메스꺼움, 집중력 감퇴 등을 유발하는 이른바 ‘새집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해당 기준을 수립해 시행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기준을 준수해야 할 국토부 산하 LH는 지난해 휘발성 유기화합물 방출량이 시방 기준의 최대 14.6배에 달하는 자재를 사용해 오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바 있다.

 

감사원은 당시 “LH가 발주한 아파트 8곳 건설공사 단지의 벽지와 접착제 23개를 표본 조사한 결과, 4곳에서 2개의 벽지와 4개의 접착제가 오염물질 시방기준을 초과했고, 이 가운데 2개 회사의 제품은 법적 기준까지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실내 시공업계는 이 같은 결과가 기능성 자재를 시공하도록 하면서도 흡착, 흡방습, 항균, 항곰팡이 등 네 가지 성능을 권장사항으로 두면서 두 가지 이상만 의무 이행 사항으로 규정한 법의 맹점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들이 친환경 기능성 자재 시공에 대한 적용 기준(서울 강동구 300세대, 성북구 500세대, 수원시 300세대, 성남시 30세대, 고양시 300세대 등)을 수립하고 이행 시 용적률 완화 등 혜택을 제공하지만, 건설사들이 고가의 친환경 자재 사용을 꺼려 실효성이 미흡한 실정이다.

 

친환경 건축자재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사들이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항균, 항곰팡이 등과 같은 일반적인 기능성 자재를 선택해 법안의 본래 취지가 퇴색했다”며 “LH 또한 친환경 건축자재에 대한 인증서와 시험성적서 등을 제출받아 확인할 뿐,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 여부를 파악하지 않아 유해물질 건축자재 사용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최근 LH의 감사원 적발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건축자재 기준을 강화(90%→95%)하고, 주방 조리 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아파트 주방 레인지 후드 필터링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고시,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친환경 건축자재 업계 관계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친환경 건축자재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용어는 유해물질을 허용기준치 내에서 방출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친환경 규제에 따라 건축하는 것만으로 쾌적한 실내 환경을 기대할 수 없다”며 “관련법의 기준 강화도 중요하지만, 비용 문제로 친환경 자재를 외면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권장 기준을 의무 사항으로 변경하는 등의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양=유제원ㆍ김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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