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입혀 고객에게는 시장 정보를, 상인에게는 정보화 교육을 위해 정부가 예산을 들여 마련한 전통시장 ICT 카페가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ICT 붐’에 편승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지원과 관리감독의 부재 때문이다.
지난 8일 오후 1시께 찾은 도내 A시장 내 휴게실. 컴퓨터와 프린트기 등이 설치된 6.6㎡ 남짓한 이 공간은 ‘ICT 카페’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지만, 대형 청소기와 택배 박스 등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지난 2014년 ICT 카페로 마련된 이곳은 현재 수유실과 시장 상인들의 택배 수령처로 쓰이면서 관련 기기들은 방치된 상태였다.
같은 날 찾은 또 다른 B시장의 ICT 카페에서는 노트북과 PC, 테이블, 의자 등이 정돈돼 있었지만 정작 방문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정부의 예산을 받아 야심 차게 ICT 카페를 설치했는데, 오히려 애물단지가 됐다. 컴퓨터 등의 도난 우려와 관리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상시 관리인까지 고용했지만, 찾는 이는 하루에 1~2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B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고객의 시장 정보 검색과 상인들의 컴퓨터 교육, 모바일 포스(POS)교육 등이 이뤄진다고 해서 사업을 신청했다”면서 “설치만 해줄 뿐 이후 교육과 관리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방문객도 없어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14년부터 3년간 진행된 ‘ICT 전통시장 육성사업’은 전통시장에 모바일 POS 및 컴퓨터 등을 보급해 상인들을 교육하고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시장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도내에서는 총 1억 2천만 여 원이 투입돼 57개 전통시장에 ICT 카페가 마련됐다. 하지만, 특별한 콘텐츠 없이 단순 테이블, 의자, 컴퓨터 등을 설치한 카페가 대부분이다 보니 목적과는 무관하게 사용되고 있거나 방치되기 일쑤다.
도내 상인회 관계자는 “모바일 POS기기 등의 후속 업데이트나 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카페만 설치하는 게 아니라 ICT 구축 사업의 취지에 맞게 상인 교육과 ICT 카페를 통한 고객과의 접점 마련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추가 교육과 무상 A/S 등을 준비해 왔는데, 담당자 수보다 시장 수가 너무 많아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자연ㆍ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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