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가치’ / 대통령 뜻이 현장에는 통하지 않는다

대통령 대책 무색 타워크레인 붕괴
영흥도 이어 안전행정 불일치 반복
대통령 뜻 왜곡의 ‘병목점’ 찾아야

타워크레인이 또 부서졌다. 85m 높이에서 64m 지점이 꺾였다. 일하던 7명이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3명은 숨졌고 4명이 다쳤다. 용인의 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이었다. 경찰이 국과수, 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정밀 감식을 벌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서만 경기도에서 3번째다. 지난 5월 남양주, 지난 10월 의정부에서도 타워크레인이 넘어졌고 그때마다 사람이 죽었다.

의정부 사고가 있었던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사고의 원인부터 대책까지 모든 걸 직접 챙겼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정부의 최우선 가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후 강도 높은 타워크레인 안전 대책이 마련됐다. 20년 이상 된 타워크레인 사용이 제한됐고, 10년 미만 장비의 정기 점검이 의무화됐다. 2018년 4월까지 6천여 대 타워크레인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내용이 대단히 구체적이다.

물론 대책이 마련됐다고 사고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안전사고는 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발생 빈도나 형식에서 개선의 정황이 보여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대통령 지시로부터 불과 두 달여, 정부 발표로부터 한 달도 안 됐는데 또 사고가 났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모른다. 장비 불량 또는 안전수칙 위반이라고 추정한다. 어느 쪽이든 인재(人災)다. 대통령이 10월에 미리 짚었던 요소다. 고쳐지지 않은 것이다.

영흥도에서 낚싯배가 전복됐을 때도 그랬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진두지휘했다. 총력을 다해 국민 생명을 구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영흥도 현장은 엉망이었다. 출동도 늦었고 구조해 내지도 못했다. 뒤늦게 공개된 긴박한 순간의 녹취록을 들으며 국민이 할 말을 잃고 있다. 역시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과 현장이 따로 노는 ‘안전 행정 불일치’가 반복되고 있다. 이래 가지고야 어떻게 국민이 대통령을 신뢰하겠는가.

문제가 있다. 명령 체계에 문제가 있다. 시급히 행정의 흐름을 점검해야 한다. 우선 타워크레인 대책부터 점검해야 한다. 20년 이상 된 타워크레인을 가동 중지시킨 조치가 있는가. 10년 미만 타워크레인 가운데 정기검사를 한 것은 몇 대나 되는가. 부품 인증제를 실시한다고 했는데 어떤 부품을 인증 대상으로 지정했나. 전국 타워크레인 6천74대 중 전수 조사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 법률을 개정하는 작업은 어디서 하고 있나.

대통령에 보고한 지 한 달이나 지난 대책들이다. 일부라도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만일, 안 되고 있다면 그게 바로 병목점이다. 대통령 말이 안전 현장으로 내려가지 않는 막힘 구간이다. 타워크레인은 이유 있을 때 무너졌다. 대통령 지시도 이유 있을 때 어긋난다. 공직 사회 무능? 집단의 보신주의? 현장의 부패? 아니면 정치적 사보타지? 뭐가 됐든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게 제일 시급한 것이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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