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시원, 비닐하우스 뒤져 극빈자 구제 / 경기도의 섬세한 현장 복지, 훈훈하다

고시원 3천곳·모텔 4천곳 등 확인
의료 혜택·기초수급 지정 도와줘
작지만 꼭 해야 할 현장 행정 귀감

복지 천국으로 가고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가난한 이웃이 많다. 2014년 이른바 ‘송파 세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단독주택 지하에 세들어 살던 모녀 셋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견딜 수 없는 가난에 선택한 자살이었다. ‘죄송하다’는 유서와 함께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이 발견됐다. 모두가 놀랐다. 정치권은 앞다퉈 ‘송파 세 모녀법’을 만들었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입법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그때뿐이다. 복지 천국의 뒤편에 팽개쳐진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가슴 아픈 고독사도 여전히 늘고 있다. 결국, 법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 행정의 문제라는 얘기다. 아무리 법률적 보장이 완벽해도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행정의 몫이다. 행정이 찾아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은 소식이 있다. 경기도가 실천한 현장 행정 얘기다. 복지 사각지대를 뒤져 385가구를 구제했다고 전해진다.

경기도가 들여다본 곳은 고시원, 비닐하우스, 여관, 찜질방 등이다.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소방서, 무한돌봄 센터와 함께 샅샅이 뒤졌다. 조사한 곳만 고시원 2천783개소, 여관ㆍ모텔 4천359개소, 비닐하우스 2천424개소에 달한다. 모두가 극빈층 가정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임시 거소 시설이다. 조사 결과는 우려대로였다. 많은 위기 가정이 그곳에 있었다.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도 방법을 몰라 고생하는 가정들이 특히 많았다.

여관에 거주하던 한 40대 여성은 알코올성 간경화를 앓고 있었다. 상태가 중했지만 지원방법을 알지 못해 목숨이 위험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조사팀이 적십자사 희망풍차로의 긴급 의료비 지원을 받도록 도와줬다. 비닐하우스에 살던 80대 남성은 연락이 끊긴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조사팀이 ‘가족관계 해체’를 증명하게 했고 수급자가 될 수 있었다. 현장을 찾았기에 가능한 결과물들이다.

복지의 중심은 오래전에 이동했다.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가 현실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복지의 가치는 ‘없는 자’ ‘굶는 자’에 대한 보살핌이다. 이런 기본 가치가 충족되지 않은 복지 천국은 허상이고 허위다. 경기도 복지 행정이 보여준 작고 섬세한 실천을 우리가 한 번쯤 평가하고 가려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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