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넘나드는 실패학 개론 ‘실패의 미덕’

사회 전체 활력을 앗아가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무게감이 있는
철학적 사유로 거침없는 실패론 풀어

▲ 실패의 미덕
우리는 ‘실패’라는 단어를 두려워 한다. 실패를 두렵고 부끄러운 것이자 곧 패배로 여기기 때문이다. 성급한 성공이 실패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현실로 보면서도, 여전히 섣불리 성공하기를 갈망한다.

 

<실패의 미덕>(마리서사 刊)의 저자 샤를 페팽은 “실패는 시도를 통해 얻는 지혜로운 전리품”이라고 과감하게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실패는 그 자체로 두려움이다. 감당해야 할 결과보다는 패배자가 되거나 자신의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계획이나 목표 중 하나를 실현하다 실패한 것인데도 자신의 존재 자체가 실패했다고 여기는 까닭”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실패론’을 다룬 첫 번째 철학서다.

실패는 떠올리거나 논하고 싶은 주제가 아니지만, 실패를 잘 알아야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학 입시, 취업, 사업, 가족 등 여러곳에서 겪는 실패들로 우울증을 앓고 방황하며 문득 자신이 패배자가 아닌지 회의하한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청년들의 꿈을 공무원과 정규직을 최고의 꿈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프랑스의 교육이 한국과 비슷한 딜레마에 갇혀 사회 전체의 활력을 앗아가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실패로 얻는 교훈’ 류를 넘어서 무게감 있는 철학적 사유와 해박한 지식으로 ‘실패론’을 거침없이 풀어낸다.

 

여기에 후기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로마 제정시대 정치가 ‘세네카’, 고대 로마의 정치가 겸 저술가 ‘키케로’, 프랑스의 작가이자 사상가 ‘사르트르’,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를 통해 실패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이끌고, 우리 삶에서 실패가 갖는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낸다.

 

특히 ‘실패에서 지식을 얻는 스토아학파의 지혜’ ‘실패를 더 많이 할수록 더 풍부한 실존적 삶이 된다는 실존주의적 해석’ ‘실패를 실패 행위이자 동시에 무의식 발현에 성공한 행위라고 보는 프로이트적 관점’ ‘모든 실패한 행위 속에는 숨겨진 의도를 성공적으로 표출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자크 라캉의 정신 분석 이론’ 등 시대를 넘나드는 철학과 정신 사조에서 실패의 미덕을 찾는다.

 

그는 책의 말미에서 “구글 첫 화면에는 ‘끊임없이 시도함으로써 우리는 결국 이루어 냅니다. 더 많이 실패할수록 성공할 기회는 더 많아집니다’라는 문장이 종종 등장한다. 성공하기 위해 많이 실패하는 것이 구글의 방식”이라면서 “인간으로서 당연한 실패를 더 잘 겪어 내면, 삶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값 1만2천600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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