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최저임금 인상 공포가 부디 엄살이기를…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jhyou@kyeonggi.com
기자페이지

“내년에도 과연 공장 기계를 돌릴 수 있을지 걱정에 숨쉬기가 힘듭니다”

이제 열흘이 지나면 희망의 무술년 황금 개띠 해가 밝아오지만 수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공포에 짓눌린 채 무거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10년째 기계 부품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지인은 최근 행사장에서 만난 자리에서 “매년 심해지는 제살깍기식 납품가 경쟁 등으로 올해 내내 숨이 턱에 찼는데 당장 내년부터는 최저 인건비 상승(16.4%) 폭탄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에 잠을 자다가도 숨이 차 깨고는 한다”라며 하소연한다.

 

바로 옆자리에서 이 지인의 말을 귀담아듣던 또 다른 중소기업 사장님이 재빠르게 말을 받아 이어간다.

 

사장님은 “현재 상황에서 인건비가 1만원까지 오르면 중소기업 상당수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라며 “중소기업이 힘들어지면 소기업과 가내공업 등 3~4차 하청 일자리는 더 견디기 어려워 진다”고 열변을 토한다.

 

우리 동네 단골 커피집 사장님도 고민스런 연말을 보내고 있다. 현재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2명의 인건비와 가계 월세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이 100만원 안밖에 불과해 본인 인건비도 제대로 못 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한계 상황에서 수익이 더 이상 감소한다면 아르바이트생을 1명으로 줄이던지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물론 정부에서 3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일자리 안정기금을 지원해 준다고는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분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아직도 밤낮 없이 차디찬 기계와 씨름을 하고도 박봉의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수많은 공장 근로자들이 최소한의 행복 권리를 누리려면 최저임금 인상이 당연한 절차다.

우리나라 전체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여는 것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모두 죽는다’라는 중소기업들의 공포감이 ‘남는 것이 없다’라는 장사꾼의 엄살과 같은 것으로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계를 눈앞에 둔 중소기업은 절규와 두려움이 ‘장사꾼의 엄살’로 폄하되는 일각에 또 한 번의 공포와 분노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믿고 싶다 그 폄하를. 부디 그 공포가 엄살이기를….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