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수만마리 입식 앞둔 용인지역 양계농가 날벼락
납품 못하면 손해 막심… 보상금 없는 음식점도 비상
올겨울 경기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처음으로 발생한 용인시 백암면 근삼리 청미천 일대에서 육계농장을 운영하는 N씨(60)는 21일 텅 비어 있는 농장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농장에 병아리 6만 마리를 입식해 병아리 울음소리로 가득차 있어야 하지만, 이달 13일 청미천 일대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지난 19일 고병원성으로 확인돼 입식을 못했기 때문이다.
한 차례 축산 유통기업에 납품하지 못할 경우, 2천여만 원의 금전적 손해를 보지만 현재로서는 AI가 종식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N씨는 “불과 며칠 전 농장 청소까지 마무리해 입식 준비를 마쳤는데, 입식을 못해 당장 돈 나올 구석이 없어 막막하다”며 “과연 이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더 답답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청미천 인근 마을 입구에는 차량 통제를 알리는 간판이 놓여 있었다. 차량 통행은 뜸했고, 오가는 주민마저 찾아볼 수 없어 적막감 마저 감돌았다. 특히 마을 곳곳에는 주민 출입자제를 요청하는 현수막이 내걸리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한 주민은 “작년에도 AI 때문에 난리였는데 올해도 AI가 확산될까 뒤숭숭하기만 하다”면서 “그나마 농사가 끝났기에 망정이지 추수도 제대로 못할 뻔 했다”고 허탈해했다.
오리와 닭을 취급하는 음식점도 밀려드는 예약 취소와 메뉴 변경 요청에 그야말로 비상이다. 용인시청 인근에서 오리 음식점을 운영하는 P씨(55)는 이날 오전부터 예약 취소 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뺐다. 더욱이 AI 발생 농가와 달리 음식점 업주는 보상금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
용인시는 청미천 일대에서 발병한 고병원성 AI를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긴급 방역체제를 가동했다. 시는 관내 60개 모든 가금농가(사육두수 267만마리)에 문자메시지로 상황을 전파하고, 시료채취 지점 반경 10㎞ 이내에 있는 ‘야생조류 예찰지역’에 가금류 이동제한 명령을 내렸다. 또 청미천 인근 백암면 고안리에 거점 소독초소를 설치해 4인 1조 3교대로 24시간 방역근무에 나설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시민들도 청미천 일대 지역에는 출입을 삼가고, 천변이나 논밭 등의 차량 출입을 자제해 달라”면서 “AI가 가금사육농가로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과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조성필ㆍ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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