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인 50대 세입자, 범행 후 자살
지난 15일 낮 12시42분께 수원남부경찰서에 A씨(72ㆍ여)가 며칠째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곧바로 A씨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은 현관문을 강제 개방하고 들어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당시 A씨는 흉부 쪽에 상처를 입은 채 숨진 상태였다. 시신 일부가 부패된 점 등에 비춰볼 때 숨진 지 수일은 지난 것으로 보였다.
경찰 부검결과 A씨는 발견 9일 전인 지난 6일 오후 1시에서 4시 사이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지 열흘이 다 되도록 A씨의 사망을 아무도 몰랐던 셈이다. A씨의 유일한 혈육인 아들도 평소 연락을 끊고 지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A씨는 혼자 원룸을 관리하면서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지인이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신고한 것이 다행”이라며 “발견 시점이 한없이 늦춰질 수도 있었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도 숨진 뒤 한참 동안이나 발견되지 않았던 A씨 사연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주민 P씨(53)는 “변을 당한 것도 억울할 일인데, 열흘 가까이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면서 “최근 고독사 소식이 많은데 동네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 사건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인근 CCTV 영상과 혈흔 등을 토대로 A씨 건물에 세들어 살던 Y씨(58)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Y씨가 살고 있던 원룸 현관문 손잡이에 묻은 혈흔이 결정적인 증거였다. 그러나 Y씨의 소재 파악에 나선 경찰은 난데 없는 Y씨 사망 사실을 확인하고 허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앞서 지난 8일 서울 중구의 한 여인숙에서 Y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Y씨는 A씨 살해 후 서울로 도주, 은둔 생활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숨진 A씨와 Y씨 간에 별도의 채무 관계가 없었던 데다가 Y씨가 사망함에 따라 경찰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Y씨가 우발적으로 A씨를 살해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28일 검찰에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숨지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의 갈등 여부 등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파악이 불가능하다”며 “Y씨는 지난 10월 입주했으며, 집세가 밀리지도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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