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교육과정에 편성” 요구
학교 “정규과정에 포함안돼” 반대
도교육청 “학교장이 판단할 일”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내년도 교육과정 편성을 놓고 교육 당국과 일부 학부모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이들 학부모들은 독일식 교육인 ‘발도로프’ 교육과정 편성을 학교 측에 요구한 반면 학교 측은 정규 교육과정에 없는 교육이라며 이를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발도로프’는 체험활동 위주로 창안된 독일식 교육방식이다.
31일 경기도교육청과 안양 A 초교 등에 따르면 안양 A 초교는 지난 2011년 9월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A 초교는 당시 외부에서 교사를 초빙하는 등 혁신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교육방식을 시도했다.
그러나 A 초교가 지난 2015년 혁신학교 재지정 심의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일부 학부모들이 독일식 교육인 ‘발도로프’를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혁신학교 지속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획일적인 공교육이 아닌 문화와 예술, 체험활동이 녹아들어 있는 ‘발도르프’식 교육을 통해 학교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요구에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교육인 만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의견이 계속해서 좁혀지지 않자 올해 시범적으로 정규 교육과정과 발도로프 교육을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선택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전체 15개 학급(전교생 330여 명) 가운데 5개 학급에서 ‘발도로프’ 방식을 채택한 수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시범 운영기간이 끝나자 내년도 교육과정에 ‘발도로프’를 이용한 수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A 학교 관계자는 “현행법상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교육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라고 하니 교사는 물론 교원 모두가 어떻게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장이 판단해야 할 사안으로, 도교육청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규태·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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