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전국 수출 5분의 1 담당
본보, 수출현장 점검·좌담회 등 통해 보완점 제시
전문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미래 먹을거리 고민”
‘선진국 기준’이라는 3만 달러 벽을 돌파할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세계 일곱 번째로 ‘30-50클럽(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명 이상인 국가)’에도 가입한다. 탄탄한 경제력과 내수시장을 모두 갖춘 ‘경제 강국’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77년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1천 달러를 돌파하며 서로 얼싸안고 희망을 꿈꾼 지 40여 년 만이다. 무수한 난관에도 지난해 연간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회복하고, 사상 최고 수출실적을 기록하며 세계 6위 수출국으로 우뚝 선 노력과 땀방울 덕분이다. 모두 달라진 한국 경제의 위상에 축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성장과 기회의 상징인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 허리띠를 졸라맨 서민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1만 달러 수준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 가계 부채는 지난해 1천400조 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민 삶의 질은 2012년 24위에서 지난해 29위로 내려앉았다. 일부 대기업들은 자산을 쌓아놓으며 잔치를 벌이지만, 상당수의 중소기업은 변화한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원화강세는 수출 전선에 녹록지 않은 현실이 되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시대를 맞이하는 2018년도는 점검해야 할 것도, 숙제도 많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신년사를 통해 “소득 3만 달러를 국민이 고르게 실감할 수 있어야 하고, 3만 달러 국가에 걸맞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경기도의 역할은 그래서 더더욱 중요하다. 한국 경제의 주춧돌인 경기도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을 앞세워 전국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뿌리산업은 물론 첨단산업 등의 기업이 집중돼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국 고용의 90%를 경기도가 창출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희망의 새 길로 맞이하는 데 경기도가 큰 책임과 과제를 숙명처럼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본보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경기도가 이끈다’를 주제로 수출 현장과 전문가 좌담회 등을 통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짚어봤다. 새로운 시대, 기대와 보완해야 할 점을 제시한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에서 하나의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바로 2018년은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시점이자 국민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미래 먹을거리를 찾고자 치열한 과정을 밟아야 하는 대변화의 시대라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진입에도 가계부채 누적과 국내 수요 잠재력 약화, 저출산ㆍ고령화에 의한 노동 공급력 약화로 장기 성장잠재력이 약화됐다”며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기업과 정부가 미래 먹을거리를 찾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종찬 한국무역협회 경기남부지역본부장은 “기업들이 마음 놓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친기업 환경조성과 세제 및 금융 등 인센티브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상경 한국은행 경기본부장은 “기본소득제 등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누구나 성공에 과감히 도전하고 실패해도 쉽게 재기할 수 있는 지역경제 풍토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 앞에는 희망의 새 길이냐 장밋빛 구호냐, 두 갈래의 길이 열렸다. 희망의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새 시대를 향해 나아갈 도전정신과 사회ㆍ경제 시스템의 변화다. ‘한강의 기적’에 이어 한국이 또 한 번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겨줄 골든타임은 지금 시작됐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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