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 관리자 1명이 109개 현장을 책임진다? / 이러니 건설현장의 참사가 그칠 날이 있겠나

경기도가 공사 현장에 배치된 건설기술자 시공 실태를 감사했다. 안전한 공사 진행에 필수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점검이다. 확인된 결과가 어처구니없다. 건축 중급 기술자와 건축 기사 등 2개 자격증을 갖고 있는 A씨가 있다. 조사했더니 이 사람이 책임자로 27개월간 등록해 놓은 공사 현장이 무려 109개다. 현장 소재지도 광주, 안산, 부천, 수원, 고양 등 도내 24개 시군에 달한다. 제아무리 홍길동이라도 현장을 지키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 다른 기술자는 2년여 동안 9개 업체의 98개 현장에 등록돼 있었다. 12개 업체 80개의 현장을 등록한 기술자도 있다. 경기도가 이번에 뒤진 건축물은 1만7천591곳이다. 이 가운데 7천140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전체 감사 대상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공사 현장별로 1명 이상의 건설기술자를 배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철저히 외면되는 것이다.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여기엔 시스템상의 허점이 발견된다. 건설기술자를 등록하는 국토교통부 건축행정정보시스템이 엉성하다. 자격증의 고유 번호를 허위로 입력해도 적발해 내지 못한다. 현장 적발도 어렵다. 모든 공사현장에 단속 공무원이 상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류로만 맞춰 놓고 실제로는 무자격 노동자들이 일을 진행하는 일이 관행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적발할 수 없는 소규모 건축공사업까지 단속 대상으로 만들어 놓고는 방치하고 있다.

건축 현장의 안전사고는 소규모인 경우가 많다. 수십 수백명씩 죽어나가는 대형 참변에 비해 부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발생빈도나 희생자 규모는 심각하다. 최근 5년간 건설 현장에서 267건의 사고가 났고, 425명이 다치거나 죽었다. 특히 사상자의 35%가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6년 이후에는 사고 건수와 사상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국토부의 건설안전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된 통계다.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

사고 때마다 ‘인재’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그리고 그런 비난이 쏟아질 때마다 ‘대책’이라는 게 등장한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이어야 할 안전 관리자, 건설 기술자 배치 실태가 이 정도다. 공사 현장에 40%가 불법이고, 기술자 1명이 수백 곳씩 책임자로 등록돼 있다. 이런 건축 현장에서 1년에 수백건의 사고가 나고, 수십명씩 죽어나가는 것이 이상할 일도 아니다.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할 일이다. 경기도가 아니라 정부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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