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남경필 현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대결 구도를 가상한 여론조사가 많고, 서울시장의 경우는 역시 현 박원순 시장과 한국당의 황교안 전 국무총리, 나경원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등의 대결을 가상하여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부산시장은 현 서병수 시장(한국당)에 민주당에서는 오거돈, 김영춘 전ㆍ현 해수부장관 그리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구도로 여론조사를 하기도 한다. 앞에 열거한 지역에서는 대체적으로 여당인 민주당 후보 예상자가 앞서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첫째는 응답률이다. 많은 여론조사가 응답률에서 10%대를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A여론조사기관에서 1천명에게 전화를 했다면 700명 정도는 이런저런 사유로 통화를 하지 못했고, 통화를 한 300명도 모두 대답을 하지 않았으며 100명만 대답을 했다고 하자. 그러면 실제 응답률은 10%에 불과하다. 이 100명 중 52명이 지지를 했다면 52%의 지지율로 발표되지만 실제로는 1천명 중 52명이 지지를 했다는 뜻이다.
이렇듯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00명만 대답을 했는데 이것을 진정 유권자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언론에서 이와 같은 여론조사를 발표할 때는 응답률을 꼭 밝혀야 하는 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어떻게 질문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2년 노무현ㆍ정몽준 두 후보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당초 이회창 후보에 대항할 후보를 묻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대항할…’이 ‘경쟁할…’로 바뀜으로써, 정 후보가 불리했다고 그의 지지자들이 ‘무효’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인 일이 있다. 크게 보아 같은 것이지만 이렇듯 글자 하나하나가 민감한 것이 여론조사다.
또한 어린이에게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하는 것과 ‘아빠가 좋으냐, 엄마가 좋으냐?’하는 질문의 경우도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먼저 말한 쪽이 유리하다.
세 번째는 여론조사기관 종사자들의 숙련도와 객관성이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 호남 사투리를 쓰는 사람에 따라 대답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표준어를 써야 하며, 어느 부분에 특별히 악센트를 가하지 말고 물 흐르듯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질문자가 흑인인지, 백인인지에 따라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가령 흑인이 ‘인종차별’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는 것과 백인이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에서는 전화번호부에서 대상자를 찾아 전화를 걸었을 때, 통화 중이거나 받지 않으면 몇 번 더 시도를 하고 일주일 정도의 여유를 갖고 샘플을 뽑아 전화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여론조사기관 중에는 조사를 너무 급박하게 실시하는가 하면 비용과 시간에 쫓겨 통화에 실패하면 바로 다음 버튼을 누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기관에서의 조사를 얼마나 믿어야 할까? 더 큰 문제는 후보자가 사이비 언론기관 등을 이용하여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것. 또 선거에 임박하면 ‘가짜뉴스’가 특정후보를 부각시키거나 떨어뜨리는 여론조사를 발표하는 것이다.
정말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여론조사’가 얼마큼 위력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이고 진정성을 갖고 유권자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이 아닐까?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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