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 시인’ 한하운…그의 삶을 재조명하다. 신간 ‘다시 보는 한하운의 삶과 문학’(소명출판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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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가 되리’

 

이 시는 ‘나병 시인’ 한하운의 작품이다. 쉬운 언어를 사용해 친숙한 느낌을 주는 이 시에는 시인의 갈망이 담겨 있다. 한하운은 문둥병이라 불리는 한센병을 앓았던 시인이다.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는 작품을 발표했지만 결국 주류가 되지 못하고 소수 문학인으로 맴돌았다.

 

<다시 보는 한하운의 삶과 문학>(소명출판 刊)은 한하운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재조명한다. 부평역사박물관이 펴낸 이 책은 먼저 한하운의 첫 시집 <한하운시초>를 둘러싼 사건과 역사적 의미를 짚는다. 나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 좌익에 대한 남한사회의 시선 등 한하운이 겪은 두 겹의 사회적 배제를 분석한다.

 

2부는 한하운에 대한 연구 논문을 엮었다. 한하운의 학력과 같은 기록이 왜곡된 것을 밝히며 작가에게 이런 왜곡이 필요했던 이유와 포장된 이력을 만들어야 했던 내면을 짐작한다.

 

3부에서는 한하운의 작품세계를 세밀하게 점검하는 연구자들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각 연구자들이 한하운 작품에 나타난 월남의식과 모호한 자기 인식 구조, 시세계 등을 해석한다.

 

고은 시인을 비롯해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정우택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박민규 부산외대 만오교양대학 교수,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최옥산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교 교수, 요시카와 나기 일본 릿쿄대학 강사, 박연희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교수, 고봉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최서윤 한국방통대 강사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정친철 부평역사박물관장은 서문에서 “부평에서 왕성한 작품활동과 한센인 복지사업을 펼쳤던 한하운에 대한 흔적과 기억을 찾기 어렵다”며 “흐릿한 시인의 자취를 좇아 그의 작품과 인생을 책에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값 2만5천원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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