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죽음 거론에 분노한 文… 전·현 정권 ‘정면충돌’

靑 “정치보복 언급, 사법질서 부정… 금도 벗어나”
MB 측근들 “우리는 아는 게 없겠나” 폭로전 예고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 실에서 지난 17일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성명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 실에서 지난 17일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성명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등에 대한 검찰수사를 둘러싸고 전·현직 대통령이 정면 충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을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이례적으로 비판한 것은 현 정부의 ‘검찰 거리두기’ 기조가 훼손당한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전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공방 소재로 거론한 데 이어, MB 정부 시절 최측근들이 이날 현 정권의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같은 전·현 정권 간의 충돌은 당장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개헌과 권력기관 개편 등 ‘6·13 지방선거’ 판도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것도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을 당시만 해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한풀이 내지는 복수”라며 “우리도 폭로할 게 있다. 이전투구를 한번 해 봐야겠나”라고 엄포를 놨다.

김효재 전 정무수석도 KBS 라디오에서 “이명박 정부도 5년을 집권했는데 모든 사정기관의 정보를 다 들여다볼 수 있다. 왜 저희들이라고 아는 게 없겠느냐”며 폭로전을 예고했다.

검찰의 수사 칼날이 ‘다스’의 실소유주 파헤치기에 이어, MB 정부 국정원 특별활동비 상납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정치보복’ 프레임을 걸었고, 측근들도 이를 여론전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분노한다”는 이례적인 표현을 쓴 것은 이 전 대통령 측의 조직적 대응이 금도를 넘었기 때문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 발언이) 파급력도 있겠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다 인내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하고 있다’는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문 대통령이 “사법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정면 대응한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적폐청산 작업이 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향후에도 정치공방 속에 적폐청산과 나라 바로세우기 작업이 흔들리지 말고 법적 절차를 따라 계속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라고 하는 게 국민의 명령이다. 새 정부는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등의 꼼수는 쓰지 않는다”고 강조한 점도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강해인 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