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문화 돋보기] 공무원과 문화예술 어떻게 조화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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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공무원의 1분, 1초가 국민을 위해 바뀌는 방식으로 업무혁신이 돼야 한다”

 

엊그제 정부가 공무원 조직 혁신에 팔을 걷고 나서면서 한 말이다. 낡은 관행을 쇄신하지 않고서는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정책 구현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불철주야 노력하는 많은 공무원과 혁신해 달라진 모습도 많이 보이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를 혁파하려 의지로 보인다. 사실 공무원이 청년 일자리 1위인 것을 생각하면 국민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핵심 카드의 하나는 ‘현장 중심’이다. 늘 정권마다 ‘현장 중심’이란 키워드가 官家(관가)의 寶刀(보도)처럼 사용되었지만 근간이 바뀐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죽했으면 ‘정권은 유한하고. 관료는 영원하다’는 말이 나왔을까. 문화계 입장에선 이번 조치를 크게 환영한다. 예술하는 것 보다 몇 배로 힘든 것이 공무원 상대하는 것이란 자조가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 행정 문법과 예술 문법이 달라 소통되기가 참으로 힘들다. 규정과 원칙을 고수하는 것과 자율과 자유가 절대 필요한 예술이 상극처럼 지금도 반목하고 있지 않는가.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공무원 산하 예술단 소속은 우리가 벗어나야 할 최대의 현안 과제다. 최근 10년 사이에 지자체 여러 곳에서도 문화재단이 설립되었다. 점차 나아는 지고 있지만 문화재단 위에 역시 공무원이어서 옥상옥의 피로감은 여전하다.

 

기존 것을 깨트리고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내야하는 예술이 法治(법치)와의 다툼으로 녹다운 되는 현상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한 시립합창단 지휘자가 규정에 묶인 무리한 근무 일수 산정 때문에 과태료 수백만원을 물고 쫓겨난 사례도 있다. 이 지휘자가 와신상담 끝에 중앙에서 최고 합창단 지휘자로 발탁되었다면 이곳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예술가를 존중하고 예술문화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상수원 보호와도 같다. 그 물을 마시는 것이 결국 시민이기 때문이다.

 

이번 행정안정부는 “공무원의 일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정부혁신의 시작”이라며 현장과의 협업을 주문했다. 그러나 고도의 전문성과 창의력, 자율정신으로 만들어지는 예술의 속성을 살리려면 단지 변하겠다는 의자만으론 부족하다. 현재 예술 장르에 따라서는 50~60개에 이르는 전국의 공공예술단체 조례를 재점검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정비해야 한다. 제도 미흡으로 인한 노조 갈등은 비효율의 극치를 이룬다.

 

한 예로 오케스트라의 경우 음악에 따라, 그날 연습에 참여하지 않아도 좋은 악기 파트가 있는데도 정시 출근해 동료 연주가를 바라만 보아야 한다면 이건 고문이나 다름없다.

예술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에 이제 시민들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시민 세금이 들어가 있는데 나몰라한다면 그만큼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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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행정과 예술행정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몇 년 사이에 모든 게 이해되는 것이 예술이 아닐 것이다. 어느 시에서는 예술과 공무원을 잇는 징검다리로 민간전문가를 별정직 자리에 두어 소통하는 것을 보았다. 협업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될 것이다.

 

채용비리, 갑질 행태 등 도처에서 추락하는 과거로부터의 오늘 우리사회 민낯을 보고 있다.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모두 힘을 합했으면 한다. 오케스트라가 어떻게 멋진 사운드를 내는 것일까. 이 원리를 協業(협업)의 문법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더 이상 복지부동, 철밥통이란 부정적 수식어가 공무원을 따라다니지 않는 건강한 풍토에 물꼬가 터질 수 있도록 예술계도 자정의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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