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아쉬움은 잠시 잊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는 세계 각국 출전선수들 못지 않게 구슬땀을 흘리며 대회를 준비 중인 이들이 있다. 바로 대회 ‘전주자(前走者)’들이다.
박상용(29), 이건용(25), 정종원(26), 조영찬(23) 등 4명으로 구성된 경기도체육회 스키 크로스컨트리팀은 27명의 전주자들과 함께 대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전주자는 출전 선수들의 경기전 코스 정비 상태와 경기 진행의 지장 유무 등을 확인 하는 스태프다. 말 그대로 ‘눈 위에 길을 닦는 사람들’이다.
스태프라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다. 국제스키연맹(FIS) 포인트와 2017-2018시즌 기록 등을 합산해 성적순으로 고ㆍ대ㆍ일반부에서 31명이 선발된 것이다.
전주자들은 모두 기본 실력을 갖춘 엘리트들이지만 대회 열흘전부터 합숙 훈련을 쌓고 있다. 경기전 단순히 코스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13~15명의 전주자가 동시에 출발해 단합된 모습으로 완주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설원(雪原)에서의 군무(?)는 전주자들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남자팀 전원이 전주자로 선발된 경기도체육회 스키팀은 올림픽 출전이 좌절돼 아쉬울 법도 하지만 오로지 머릿속에는 ‘성공 개최’ 뿐이란다.
주장 박상용은 “선수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지만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게 돼 영광스럽다”며 “한국이 스키 강국은 아니지만 세계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성공대회가 될 수 있도록 팀원들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제99회 전국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 남자 일반부 4관왕에도 불구, 포인트가 부족해 아쉽게 태극마크를 놓친 이건용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지금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올림픽 코스를 직접 밟아보니 다음 올림픽 출전에 대한 욕심이 더욱 커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며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내겠다”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위한 길을 닦고 있는 이들에게서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평창=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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