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다” 하소연 못하는 남성들
‘미투’ 열풍 속 성폭력에 노출된 남성 위한 관심도 절실
경기도내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남ㆍ27)는 최근 ‘미투(Me too)’ 열풍을 보면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든다.
지난해 회사에 입사한 A씨는 막내 직원이다 보니 동료 사이에서 성적 농담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술에 취해 안고 춤을 추거나 허벅지를 만지는 선배 및 간부 직원들도 있지만 A씨는 불쾌하다는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A씨는 “불쾌하다는 말을 하면 남자끼리 왜 그러느냐, 유별나게 굴지 마라 등의 말을 들을까 봐 어디 가서 말도 못하겠다”며 “특히 직장 내에 아무래도 남자직원이 더 많은데 섣불리 불쾌감을 표시했다가 남자 직원들 사이에서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 볼까 봐 두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미투(Me too)’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성폭력에 노출돼 있는 남성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남녀 근로자 모두를 위협하는 직장 성희롱 실태’ 보고서를 보면 15개 주요산업분야 남성근로자 1천734명 중 25%가 6개월간 주 1회 이상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근로자 1명이 6개월간 평균적으로 경험한 성희롱 횟수를 보면 남자가 6.79회로 여자 5.79회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들이 당하는 성희롱 방식은 ‘본인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음담패설’이 가장 많았고, 음란물을 보여주는 행위, 부부 및 연인관계에 대한 성적 질문 등도 많았다.
특히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성폭력을 당해도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016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폭력 피해 남성 중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남성은 14%에 불과, 여성(48.1%)보다 낮았다.
남성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는데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로 성폭력 피해 ‘연령’이 낮은 것이 꼽힌다. 실제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남성은 지난 2015년 60명, 2016년 40명이었으며 이 중 12세 이하가 각각 29명과 25명에 달했다.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 최삼식 부소장은 “남성들도 성폭력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성폭력 상담기관에서는 남성들의 피해도 적극 지원하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한 남성들은 언제든 찾아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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