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등 자구책 내놓고 정부 지원 유도… 한국GM, 대우車와 ‘판박이 행보’

희망퇴직자 신청 절차 진행
노조는 “사실상 폐쇄 수순”
28일 靑 대규모 집회 예고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 선언 이후 대대적인 근로자 희망퇴직 시행 등 자체적인 경영 개선 노력에 나서면서 20여년 전 ‘대우자동차 사태’와 판박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한국GM의 행보에 대해 조직을 슬림화해 경쟁력을 갖춰 정부 지원을 유도하고 나아가 제3자 인수를 손쉽게 만들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의견과 함께 사실상 폐쇄를 전제로 사측이 일방적인 구조조정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22일 한국GM 등에 따르면 최근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 선언 이후 한국GM 내부에서 대대적인 근로자 희망퇴직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희망퇴직 직원에게는 입산연차에 따라 2년6개월~3년치 연봉과 차량구입비, 자녀 학자금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 대상은 오는 5월 폐쇄가 예정된 군산공장뿐 아니라 부평·창원·보령 등 나머지 3개 공장 근로자도 포함되는 등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 사무직종에 한해 시행했던 희망퇴직이 이번에는 생산직까지 포함되는데다 상무급 임원 이하까지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지속성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이번 조처의 핵심”이라며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조직을 슬림화해 지속성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한국GM 위기가 지난 2001년 대우자동차 사태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지난 2000년 당시 극심한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낸 대우자동차는 근로자 강제 해고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 끝에 지난 2002년 8월 현재 GM에 매각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트럭은 인도 타타에, 버스는 영안모자에 각각 매각되면서 기존 대우차 계열사는 뿔뿔이 흩어졌다.

 

현재 상황도 당시와 비슷하다. 희망퇴직과 군산공장 5월 폐쇄, 신차 2종 배정 등 경영개선 및 회생방안 노력을 기울인 한국GM이 이후 정부 지원을 기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GM의 경영 자구노력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사측이 일방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시행하면서 노사관계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GM노조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노동조합과 합의된 희망퇴직 절차라고 하는데 이번 조처는 노조와 어떠한 사전협의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이날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대규모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23일 부평공장에서 부평역까지 행진하는 인천지역 결의대회와 27일 군산지역 결의대회에 이어 오는 28일에는 청와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글로벌 GM 측에 회사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구조조정의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분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 등 3가지 원칙을 전달했으며, 글로벌GM 측이 ‘합리적’이라 평가했다고 밝혔다.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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