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후폭풍 어디까지?… 연예·문화·종교계·대학가로 확산

도내 종교계까지 번진 ‘미투운동’… 꼬리물고 파장
전문가 “곪았던 사회문제 떠올라… 자성·변화 요구”

▲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뮤지컬 관객들이 공연계의 성폭력에 반대하고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뮤지컬 관객들이 공연계의 성폭력에 반대하고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지현 검사로 시작된 ‘한국판 미투’ 운동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지역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도내 영화계와 종교계, 문화계를 강타한 미투 운동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잠재적 폭발력으로 대학가는 물론 일반인들의 삶에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그 종착역이 어디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경기도와 종교계, 문화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최근 성추행 사실을 시인한 배우 조재현 사단법인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사직처리에 착수했다.

 

도 관계자는 이날 “조 위원장의 소속사와 통화한 결과 ‘입장문 발표 내용 그대로다. 전문대로 이행했으면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입장문에 맞춰 후속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 위원장은 지난 23일 배우 최율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성추행 사실을 폭로, 논란이 확산되자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과와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도내 종교계도 미투의 화살을 피해가지 못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교구 소속 신부가 선교지인 남수단에서 여성 신도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에 수원교구장인 이용훈 마티아 주교가 25일 교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는 등 사태 진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종교계에서 발생한 성추문이라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수원교구는 현재 성폭행 시도 가해자인 A 신부를 정직 처분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수원시도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고은 시인이 지난 2014년 수원시청 맞은 편 올림픽 공원에 설치된 수원 평화의 소녀상에 헌납한 추모시를 제거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수원 평화의 소녀상은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7천만 원의 성금을 모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기 위해 제작했다.

 

도내 대학가에도 미투의 불길이 번지고 있다. 실제 안산에 위치한 서울예대에서는 유명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 교수가 제자와 배우들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학생들이 오 교수의 해임과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용인 소재 단국대에서도 여성 조교를 추행해 정직 처분을 받은 교수가 다시 복귀한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이 반발하며 복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 문제 전문가는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곯았던 환부가 도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도 “다만, 폭로전의 성격보다는 정부와 각계각층이 이를 방지할 강력할 대책을 마련하고, 스스로 정화작용에 나서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규태ㆍ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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