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색깔론 물타기” vs 野 “장외투쟁”… 김영철 방남에 정국 경색

추미애 “자신들 집권했을 땐 만나고 文 정부는 왜 안되나”
홍준표 “국군 통수권자가 살인범 불러 놓고 짝짜꿍” 맹공
여야 원내대표 회동 성과없어… 3월 임시국회 불가피 전망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으로 정점을 찍은 정치권의 갈등이 26일에도 이어지며 여야 간 치열한 여론전이 전개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 위원장이 남북군사회담 북측대표로 나선 점을 언급하며 야당을 비판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통일대교 밤샘농성을 강행한 데 이어 ‘체제전쟁’까지 언급하며 장외투쟁 장기화를 예고, 2월 임시국회도 ‘빈손 국회’로 전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국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다스 수사 등을 피하기 위해 ‘색깔론 물타기’에 나섰다며 날을 세웠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만났던 인물을 문재인 정부는 만나선 안 된다는 주장은 억지”라며 “민생을 팽개치고 장외로 나가려는 이유는 색깔론으로 물타기 하려는 저급한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 소환이 임박한 이명박 정권의 타락과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가리려는 얄팍한 속임수”라며 “누구나 다 아는 속셈을 들고 장외로 나가봤자 한국당을 기다리는 것은 국민의 싸늘한 시선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국당은 이번 김 위원장 방남을 계기로 보수 결집을 시도하려는 듯 대여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날 홍준표 대표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규탄대회에 참석, “김영철은 전시가 아니라 평화시에 공격을 했기 때문에 전범도 아니고 그냥 살인범”이라며 “살인범은 사형을 시켜야 한다. 국군 통수권자가 살인범을 불러놓고 서로 짝짜꿍하는 나라가 돼 버렸다”고 정부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김영철이 대한민국 땅을 밟게 한 것과 판문점 회담이 뭐가 다르냐고 묻는 민주당 의원들은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면서 “천안함 살인 전범 김영철 방한에 반대하는 우리 투쟁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설득과 비판을 지속하면서 국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2월 국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정례회동을 가졌으나 고성만 주고받다가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돌아섰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공직선거법 개정과 정부조직법 등 쟁점법 처리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지만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또한 한국당 장외투쟁 여파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등 예정돼 있던 일부 상임위 회의도 취소됐다. 이 같은 파행 국면으로 인해 2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쟁점 법안 처리가 물 건너갈 경우 3월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재민·송우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