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시한폭탄 인천 마을버스] 1. 어느 마을버스 기사, 왜 범죄자가 됐나?

거리 질주하는 ‘고장버스’… 버스기사·시민 목숨 위협

“그날을 잊을 수가 없죠. 아직도 그날 상처 위로 고름이 올라오고 있고, 그보다 당시 느낀 공포감이 극심했습니다.”

 

A사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일했던 B씨(47)는 지금도 지난해 2월 17일을 생각하면 아찔한 기분이 든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시작된 이날 오후 1시 50분께 인천 남동구 중소기업청 사거리 방향을 지나던 B씨의 마을버스가 갑자기 크게 덜컹거렸다. 바닥에 있던 장애물을 밟으면서 차가 요동치자 순식간에 B씨는 운전석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B씨가 튕겨져 나간 뒤 그가 몰던 마을버스는 중앙선을 넘어 건너편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 4대를 덮쳤고, 남동구청이 설치해둔 표지판과 가로등을 들이받은 후에야 그 자리에 멈췄다.

 

당시 충격으로 이정표와 가로등이 쓰러졌고, 옆에 있던 두 대의 차량과 담장까지 부서졌다.

B씨가 탑승한 차량은 도로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에어샵이 고장나 있었고, 그의 몸을 지탱해 줄 안전벨트는 아예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계기판도 고장나 엔진회전계(타코미터)와 속도계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다행히 손님들이 많지 않은 시간대라 승객은 없었다. 만약 버스에 승객들이 타고 있었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끔찍한 사고였다. B씨는 이 사고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채 기소돼 1심에서 금고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작동하지 않은 탓에 B씨의 과실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B씨 동료 기사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의 과실 외에도 피고인이 운전한 버스 자체 결함이 사고 발생 및 피해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회사는 사고가 난 차량을 수리해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여전히 안전벨트는 없다. 잦은 고장으로 정비소를 제 집처럼 들락날락 거리고 있지만, 승객들을 태우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그 사고로 인해 우리도 피해가 막심하다”며 “안전벨트는 출고 당시부터 없었고, 시나 구의 명령에 따라 안전점검도 꼼꼼하게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본보가 직접 확인해본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시한폭탄 같은 마을버스는 B씨가 탔던 그 버스만이 아니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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