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언가를 설명할 때, 대부분 눈으로 본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령 누군가를 설명할 때도, 키가 크다거나 작다거나, 얼굴의 생김새 등 겉으로 보이는 것을 말한다.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면 탐구자>展에 참여한 구부요밴드, 권기동, 김명진, 노승복, 박성연, 신승재, 인세인박, 전지, 한진, 홍정욱 등 10인의 작가들은 보이지 않는 ‘이면’(裏面)에 주목했다. 한 때 부흥했던 도시의 모습, 벽의 뒷면, 눈을 감았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잔상, 귀에 들리는 소리들을 회화, 영상, 설치 작품으로 담아냈다.
이중 전시장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신승재 작가의 작품은 ‘잠과 죽음이 닮아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작가의 캔버스 속에는 여성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누워있다. 자고 있는 건지, 죽어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사람의 잠과 사람의 아닌 것의 잠>에서는 잠 즉,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노승복 작가의 영상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오랜시간 묘지, 무덤의 풍경 등을 다루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배나무 꽃이 활짝 핀 배나무 밭에는 봉긋 솟은 흙더미가 있다. 흙더미는 다름아닌 무연고자의 무덤이다. 배나무 꽃과 어우러진 무덤은 괴기스럽지도, 음침하지도 않다. 작품명 <풍경이 된 몸>처럼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권기동 작가와 진지 작가는 도시의 이면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권기동 작가는 한 때는 유명했지만 지금은 다 낡은 호텔 건물,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통해 쓸쓸하고 적막한 도시의 모습을 그렸다. 진지 작가는 재개발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남긴다. 작가가 살고 있는 안양 만안구의 모습을 드로잉과 조각으로 기록했다.
특히 어느 주택가에서나 볼 수 있는 ‘주자금치 표지판’을 스케치한 작품이 재밌다. 버려진 타이어, 나무 상자, 난로 등으로 누군가가 만들었을 주차금지 표지판은 어느 예술가 못지 않은 작품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3월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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