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폐라 없앤다는 軍 외출·외박 구역 폐지 / 규제 질식 지역민에게는 그 결정이 적폐다

군 적폐라는 접근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군인이 부대를 떠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기 또는 특별 휴가이고, 다른 하나는 외출 외박이다. 휴가는 군 작전상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부재(不在)를 전제로 한다. 해당 병력의 임무는 철저하게 위임 또는 인계된다. 이에 비해 외출 외박은 일시적 부재다. 여전히 전투 체계의 가용 병력으로 편재된다. 그래서 외출 외박 구역은 신속 복귀가 가능한 영역으로 제한한다.

국군 창설 이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져 온 제도다. 그런데 갑자기 폐지한다고 한다. 외출 외박 장병이 전국 어디고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도록 바꾼다고 한다. 더구나 이 발상의 최초 출발이 군 적폐청산위원회다. 위원회가 권고했고 국방부가 받아들였다. 유사시를 대비하고,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제도가 왜 적폐 대상으로 다뤄졌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 이해하기 힘든 구석도 있다. 접경지역이 받게 될 느닷없는 충격이다. 군 부대 지역의 경제는 30~50%가 군(軍)으로부터 창출된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외출 외박 나온 군인들의 소비다. 이 소비 영역의 경계를 갑자기 무너뜨리는 결정이다. 제한에서 풀린 장병들이 고향 또는 대도심으로 이동할 것이 뻔하다. 외출 외박 군인을 상대로 하던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식당, 주점, 숙박, 위락 시설 등 주로 서민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다.

안 그래도 접경지역에는 숙명이 있다. 군이 있어서 받게 되는 피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다. 군사 관련 법률의 위력이 강력하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포함되면 모든 재산권이 동결된다. 규제를 완화라도 해달라는 요청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이를테면 보호구역과 민간 통제선을 완화해달라는 것이 경기북부권의 숙원이다. 하지만, 그 몇㎞를 늘이느니 마느니 하면서 수십 년을 끌고 있다.

지역주민에게는 아주 작은 보상이다. 군 외출 외박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라야 ‘턱없이 미진한’ 보상에 불과하다. 그 알량한 보상이 난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군 관련 제도들이 바뀌고 있다. 복무 기간이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었고(육군 기준), 월급이 병장 기준 21만6천원에서 40만5천700원으로 늘었다(병장 기준). 모두 ‘군 개혁’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딱히 반대할 사안들은 아니다. 하지만, 외출 외박 구역 제한 폐지는 다르다.

군 외출 외박 구역 제한이 왜 폐지해야 할 적폐인가. 그 적폐 폐지가 던진 피해를 왜 접경지역이 온통 덮어써야 하는가. 생각 없는 적폐청산이 또 다른 적폐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재고하고 철회하기 바란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