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성정치자금 모금창구로 변질된 출판기념회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너나없이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주에도 유력 여야 인천시장 후보가 대규모 체육관을 빌려 출판기념회 개최를 알리며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말 그대로 책 출판을 기념하면서 저자를 소개하고, 저자는 책의 내용과 그 배경을 설명한다. 그리고 유명한 인사들이 나와서 축사를 하고 저자를 한껏 치켜세우면서 공직 후보의 출정을 알린다.

공직에 진출하고자 하는 신인 후보들에게는 매우 유익하게 본인의 살아온 과정을 지역 주민에게 소개하면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이다. 또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와 후보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관심 높은 유권자들에게는 후보자의 살아온 삶과 정책 및 철학을 살펴보며 올바른 판단의 근거를 만드는 유익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책값에 대한 상한규정도 없고 수익에 대한 신고의무도 없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선의의 출판기념회가 그 빛이 변질되어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창구로 전락하고 있다. 출판기념회 개최 장소에서 소정의 책값을 받고 파는데 일반적으로 결혼식장에서 보는 축의금 봉투와 같이 모금함에 넣는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 참가하는 공무원과 유관기관의 관계자들은 보통 5만원 내지 10만원을 넣는다. 울며 겨자 먹기로 업무시간을 할애하여 참가하면서 눈도장을 찍고 경제적 부담까지도 안게 된다.

이러한 출판기념회의 허점에 편승하여 무차별적으로 책을 내고 모금 활동을 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도 나타나고 있다. 출마 의사가 없으면서도 정치에 일부 관여하는 인사들까지 그 대열에 참여하여 자금만 모금하고 소위 먹튀를 하는 예도 있다. 무엇보다도 책을 내고 출판하는 일을 아무나 하는 가벼워진 세상으로 변질시키는 사회 풍조가 안타깝다. 대부분 진솔한 삶의 내용이 아니라 전문대필자나 출판사들이 약간의 구술을 바탕으로 급조하여 펴내는 양상이다.

19대 국회 당시 관련법의 개정안에서 도서 정가 판매와 수입 지출 선관위 신고, 출판기념회 횟수 제한 등의 제한을 뒀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20대 국회 초반에서도 책을 정가에 팔도록 하는 규제안을 제시하고는 했으나 관련법 개정안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물론 올바른 다수의 정치인은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출판기념회를 개최하지 않는다. 책을 출판하여도 대규모 출판기념회 대신 북 콘서트와 같이 직접 독자와 진솔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북 콘서트에서 직접 사인을 하고 한 권씩 소정의 책값을 받고 정성을 담는 것이 진정한 공직 후보자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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