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과 천연두 등 자연발생적인 전염병과 감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인류는 21세기인 지금에 와서는 예방접종과 항생제 개발 등 의학기술의 성취로 마침내 인간이데아를 실현해가고 있다.
전염병과 전쟁의 공포마저 상당수 털어낸 인류는 행복추구를 위해 ‘새로운 의제’를 찾고 있는 중이다.
유발 하라리의 베스트셀러 <호모데우스>에서는 인류가 모든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해내고 신이 되어버린 인간세계를 다루고 있다. 데우스(DEUS)는 프랑스어로 ‘신’이라는 뜻으로 인간을 뜻하는 호모(Homo)와 결합해 ‘신이 되어 버린 인간(호모 데우스)’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이다.
인공지능(AI)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류가 만들어낸 과학과 지능의 응집체인 인공지능은 인간과 지능대결을 펼치며 인간의 능력을 압도하고 있다. 전염병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에게 매달려야 했던 인간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과학의 결정체로 이제는 굳이 신에게 엎드리지 않아도 된 것이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높은 지능의 인공지능으로 신의 영역을 대체시킨 후에 인공지능을 지배하며 ‘신의 놀이’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제 인류는 종교 같은 의식보다는 지능을 우선시하게 된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를 통해 ‘지능과 의식 가운데 영향력은 지능이 높을지라도 우리가 항상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의식’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복지확대는 국민의 관점에서 만든 의제인가? 이제 정치의제로 돌아가 보자. ‘오늘날의 정치는 국민행복을 위해 어떠한 정치적 의제를 발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권은 복지확대를 통해 표를 구걸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공공산후조리원, 청년수당,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에 이르기까지 ‘국민행복’을 주창하며 내놓은 정책들은 과연 국민행복에 기초하고 있는가?
복지의 확대가 국민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의제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이다. 국민은 복지의 확대를 바라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부담 즉, 증세를 동시에 원하지는 않는다. 내 주머니를 털어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국민행복 공략이 국민관점의 정치의제가 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증세만 놓고 본다면 과연 어느 정권이 증세라는 방울을 고양이 목에 달 수 있을까?
국민의 관점보다는 지지율의 관점에서 정치의제를 정해왔던 정치권의 오래된 습관이 무분별한 복지확대라는 논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류는 이제 질병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신이 되어버린 인간’의 관점에서 새로운 의제를 고민해가고 있다. 인간의 재능보다 의식의 영역을 우선시한다면 인류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유발 하라리의 경고를 고찰해봐야 한다.
지지율보다는 국민의 관점을 우선시한다면 우리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정치의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략가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제임스 클라클의 격언을 되새겨봐야 할 때이다.
김명연 국회의원(자유한국당·안산 단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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