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 직격탄 도내 철강 업계 '비상'

“25% 관세를 물면 가격경쟁력이 없어 수출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면 결국 그 물량들이 전부 국내로 돌아와 업계 간 피 튀기는 경쟁을 하다 도산을 할 수밖에 없다”

 

시흥에 소재한 특수강 전문업체 A사 대표는 11일 미국의 수입 철강 관세 부과 강행 소식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A사는 전체 철강 수출량의 30~40%가량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매긴다면 당장 회사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그는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수출액이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 인건비 상승으로 매출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높은 관세까지 부과되면 자금력이 약한 중소철강업체는 더는 희망이 없다”고 낙담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25% 관세가 부과되는 23일 전까지 정부가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긴급 호소했다.

대미 수출 직격탄 도내 철강 업계 '비상'
대미 수출 직격탄 도내 철강 업계 '비상'

미국이 수입 철강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도내 철강업계에 발등의 불이 현실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각)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를 포함하는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철강ㆍ알루미늄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 10%의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부과 시점은 15일 이후부터다.

 

이에 따라 도내에서만 6천억 원이 넘는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무협협회 경기본부에 따르면 도내 철강관 및 철강선 수출업체는 총 253개사다. 이들 기업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기준 5억7천700만 달러(6천180억 원)에 이른다. 이는 반도체(25억 1천900만 달러), 자동차(23억 4천100만 달러), 무선통신기기(21억 500만 달러)에 이어 대미 수출 품목 4위에 해당한다. 특히 도내에 소재한 철강관 및 철강선 수출 업체는 대다수가 중소업체들로 관세가 높아지면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철강업계는 가능한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일부 업체는 대미 수출 물량을 조절하는 조건으로 관세 완화 요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이나 수출 물량을 자율적으로 제한하는 자율규제협정(VRA)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도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모든 철강재에 일괄적으로 폭탄을 맞는 것보다는 피해가 덜할 수 있다”면서 “중간재인 철강 가격이 오르면 미국 내 엔드유저가 타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 테니 아직 협상의 기회는 있다고 보고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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