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솟은 고봉밥을 떠올리면 따뜻함과 풍요로움, 정겨움이 느껴진다. 예순을 바라보는 홍형표 작가의 고봉밥은 어릴 적 외할머니가 차려준 식사다. 고봉밥은 작가가 꿈꿀 수 있었던 힘이었다.
홍형표 작가가 4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 <미생예찬(米生禮讚)>을 연다. 이번 전시는 홍 작가가 수 십년 동안 미술을 해온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최근 2년간 작업한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소재는 크게 두 가지다. ‘밥공기’와 ‘호박’이다. 한국적인 소재지만 독특한 색감과 질감으로 그려냈다. 작품 속 밥공기는 하얗고 정갈하다. 그 속에 담겨 있는 밥알은 ‘글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세 글자로 된 단어로 가득하다. ‘기도’, ‘용서’, ‘도덕’, ‘지혜’, ‘풍요 등 인생을 이루는 단어다.
다른 소재인 호박은 주황색, 파란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깔로 표현돼 눈길을 끈다. 홍 작가는 울퉁불퉁한 호박에 자신의 질곡 많은 삶을 비유해왔다. 오랜 세월 굴곡진 삶을 견뎌온 홍 작가의 작품에서 호박은 편안한 모습이다. 호박 꼭지로부터 고고한 매화가 펴 있기까지 하다.
홍형표 작가는 “지난 2년간 매일 10시간씩 작품을 그리는 데 매진했어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면서 “살아온 세월을 돌이키며 제일 재밌게 마음을 표출한 시간이었고 그 결과물을 보여주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문의 (02)720-4354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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