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정택동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道·서울대 손잡고 새출발 ‘유니버+시티’ 협력모델로 과학기술 공공성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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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서울대학교가 손을 잡고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융합기술전문연구기관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이 개원 10년 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대가 똑같이 자본금을 분담하는 등 공동출연 법인을 앞두고 있어서다. 그동안 융기원은 경기도가 건물을 무상임대해 주고 매년 운영비까지 지원하면서도 서울대 산하 재단법인으로 운영돼 잡음이 이어져 왔던 게 사실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이달 초 융기원 제7대 원장으로 선임된 정택동 원장(서울대 화학부 교수)이 중심에 섰다. 정 원장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융기원 부원장과 1년간 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융기원의 연구역량 강화는 물론, 경기도와 서울대의 공동출연 법인 전화과정에서 경기도와 도의회, 서울대의 협력을 이끌어 내 기관 안정화에 이바지한 공로 등으로 원장에 선임됐다. 

융기원 내 벚꽃이 만발한 봄날 정 원장을 집무실에서 만나 융기원의 역할과 이끌어 나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정 원장과의 일문일답.

Q 우선 취임을 축하한다. 소감은.

A 우리 융기원은 경기도와 서울대학교 공동법인 출연을 앞두고 있다. 그만큼 주변에서 바라보는 융기원의 역할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매우 크다고 본다.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원장을 맡게 돼 부담감과 막중한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은 늘 새로운 도전을 불러오는 법 아니겠는가. 융기원의 새로운 반전을 위해 맡은 바 임무를 다할 작정이다. 경기도와 서울대학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세계적 수준의 융합 R&D를 위해 모든 역량을 모으고 발휘해 가겠다.

 

Q 경기도와 서울대 공동법인 출범 배경과 앞으로 융기원 역할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융기원이 경기도와 서울대학교 공동출연 법인이 되는 것은 기관 운영 안정화 확보차원에서 지난 2008년 개원 이래 10년간 최고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와 인재가 모인 서울대와의 성공적인 만남이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유니버+시티’의 협력모델로 대한민국 과학기술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 출범하는 융기원의 핵심은 ‘공공성’이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의 발전은 정부와 민간의 경제적 영리추구로 고도화되고 발전해 왔다. 그러나 정작 ‘공공성’은 외면돼 우리 곁의 소외된 이웃들에게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공공의 영역, 즉 보육과 노인복지, 미세먼지와 같은 영역에서 돌파구를 찾자는 것이다. 공공의 영역이야말로 우리가 연구하는 과학기술이 이식된다면 사회적 약자를 도우면서 진화하는 과학기술이 될 것이며 기업가정신을 심어주고 일자리를 가져다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융기원의 사명감으로 추진하게 될 새로운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의 융합’이 필요하다. 각각의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과학기술 그리고 예산, 지식, 인력 등 관련된 전문성들이 서로 완전히 녹아서 융합된 맞춤형 전문성이 창출돼 해결책을 찾는 일종의 연구개발활동이 있어야 한다. 융기원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공서비스’ 실현을 위해 구실을 해 나갈 계획이다.

 

Q 올해 추진 방향은.

A 인공지능을 대표하는 4차산업혁명은 지식기반의 산업으로 대부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며 플랫폼소유 여부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되는 사회다.

 

융기원은 경기도의 여러 가지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융합기술 플랫폼으로 일명 ‘공공융합플랫폼’을 구축해 경기도 4차산업혁명을 견인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과학기술분야에 새로운 연구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공융합플랫폼’은 민간에서 시장논리로 개발하는 폴랫폼과는 달리 복지, 환경, 안전 등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ㆍ서비스로 도민의 삶과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융합기술플랫폼이다.

 

예컨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도내 독거노인이나 치매환자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문제들을 분석하고 의료나 건강관련 필요한 서비스들을 인공지능 기반의 ‘공공융합플랫폼’을 통해 연구개발하는 것이다. 

연구개발된 서비스를 도내 중소기업이나 청년스타트업 기업들의 기술사업화로 연결해 지원한다면 일자리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공융합플랫폼은 그야말로 경기도에 가장 필요한 기술서비스가 될 것이며 미래엔 사회적 비용을 과학기술을 통해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융기원은 2027년까지 지능형헬스케어, 차세대교통시스템, 미래형도시설계 3가지 분야의 ‘공공융합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눈에 띌만한 연구성과를 소개해 달라.

A 우리 융기원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로봇, 암 정복을 위한 치료법 등 신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지능형자동차플랫폼센터’를 출범한 데 이어 국내 최고 자율주행 전문가 김재환 박사를 영입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오랜 연구 끝에 작년에 국내 최초로 열린 판교자율주행모터쇼를 통해 대중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현재 1인승 SPM, 자율주행차 ‘레이’, 판교제로셔틀 등 3개 플랫폼을 보유하는 등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융기원은 다이로스 제트라는 이름의 로봇을 개발했다. 제트는 20대 여성 평균 신장인 163㎝ 크기로 실제 사람을 도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자동차 운전은 물론 잔해 치우기, 코드 연결하기, 문 열고 들어가기, 계단 오르기, 밸브 돌리기 등을 할 수 있다. 작업 수행이라는 능력과 쉬운 보수 유지라는 편리성 두 가지를 해 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밖에 한국형 암 정복의 바이오융합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도 융기원의 자랑이다. 난치성 암의 항암치료를 위한 빅데이터 구축 등 연구개발로 국가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항암물질 및 치료, 진단기술 연구개발 및 특허를 출원했다.

 

Q 일자리 창출이 화두다. 대안은 있는가?

A 기술창업과 일자리창출은 과학기술을 모체로 생태계가 조성돼야 새로운 비즈니스와 창업의 기회가 있다.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은 맘껏 실패할 수 있는 마당(플랫폼)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공공의 영역에서 플랫폼을 조성해 그 안에서 인재육성, 기술창업, 연구지원, 정책결정 등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생태계는 과학기술을 모체로 각 분야가 참여해 하나로 굴러가야 만들어질 수 있다. 행정조직의 적극적 규제완화, 일반인들의 과학기술정책 참여 등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전방위가 함께 플랫폼을 통해 생태계가 진화해야 한다. 실제 자율주행차 한 대만 돌아다녀도 부품, 네트워크, 통신,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수많은 비즈니스가 창출되는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Q 재능 기부 등 도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활동이 궁금하다.

A 경기도 중학교를 대상으로 균형 있는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창업기업과 함께 경기지역 곳곳을 돌며, 4차산업혁명관련 연구체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 1년에 두 차례 진행하는 1박2일 프로그램 ‘서울대 융합과학 청소년스쿨’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융합과학기술 강연과 연구체험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연중 상시운영하는 ‘경기도 대학생 인턴프로그램’은 대학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연구 현장의 실습과 사회생활 등을 미리 경험해 봄으로써 직무 적정성과 진로선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밖에 융합과학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 주민들 대상으로 ‘찾아가는 융합문화콘서트’도 개최한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연사를 초청해 융합을 쉽게 풀어주는 강연들로 구성해 수시로 열고 있다. 이 또한 도민들의 호응이 높다. 앞으로도 도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겠다.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한다.

권혁준기자 / 사진=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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