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외로움과 고독을 품에 안고 어머님 품으로 갔다. 자신의 고통을 잊고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서 절에 왔고,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자고 수행하던 도반은 왜 돌아가신 어머니 곁으로 갔을까?
착하디 착한 그의 마음을 찢어 놓은 건 누구인가? 연상의 그 여인을 알고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의 마음은 동백꽃이 잘 말해주고 있다. 동백꽃 꽃말은 청렴, 절조, 희망, 그리고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다.
자신의 청렴과 절제를 지키던 한 수행자의 희망이 모든 이웃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자신의 사랑을 보지 않았고, 그 사랑의 원천이 어머니이기에 어머니만이 그를 이해할 것이라 믿고 어머니 곁으로 갔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추운 봄바람이 불면 선운사 동백꽃이라는 김용택의 시가 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 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 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세상은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부모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학교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이웃은 각자 자신들의 행복과 각자의 아만으로 가득 차서 산다.
사회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전쟁터이다.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
이런 아집의 세상에 동백꽃의 꽃말 중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말은 너무나 위로가 되는 말이다.
또한, 울릉도의 동백꽃에 얽힌 시랑 이야기는 너무나 슬프다. 배를 타고 떠난 남편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 죽었다. 그녀는 남편이 돌아오는 산언덕에 묻어 달라고 했고, 어렵게 돌아온 남편은 무덤가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죽은 사랑하는 부인을 애타게 부르며 울면서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흘린 눈물이 동백꽃이 되었다고 한다.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이 아름다운 말을 간직한 동백꽃이 우리의 삭막한 마음을 달래준다.
지금 한국은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여야 정치 싸움으로 국민의 행복과 평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싸우며 매우 혼란스럽다. 남북의 긴장으로, 북미의 갈등, 중미의 갈등과 트럼프의 막말 속에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시기다.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그 답은 영원히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 한 사람이라도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외칠 때 그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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