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여운 가득한 주말... 강화평화전망대 나들이객 북적
“한국전쟁을 직접 겪은 내게 있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나온 종전 이야기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가슴이 무너지는 심정입니다.”
역사적인 2018 남북 정상회담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29일 강화군 양사면 철산리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은 정연지 할머니(89)는 “전쟁 내내 눈앞에서 총 맞아 죽은 도련님, 옆집 아저씨 등이 눈에 훤하고 그 고통을 왜 겪었는지도 모른 채 겪었다”며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종전 이야기가 기쁘면서도 억울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강원도 강릉으로 시집간 정 할머니는 20일도 채 안 돼서 터진 한국전쟁 때문에 7년 넘게 남편을 보지 못했다. 남편은 휴전된 1953년이 아닌 1956년 포로교환이 이뤄져서야 집으로 돌아왔고 이후 7남매를 낳아 키웠다. 직접 한국전쟁을 겪은 정 할머니에게 있어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종전 선언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7남매와 겨우 시간을 맞춰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은 할머니는 딸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불과 1.5㎞ 떨어진 북녘 땅을 바라보며 이 땅에 더는 전쟁이 없기를 기원했다.
강화평화전망대에는 이틀 전 남북정상회담의 여운이 남은 듯 가족단위의 나들이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강화평화전망대 3층을 채운 나들이객들은 북한의 모습을 한눈에 가까이 볼 수 있는 전망시설과 북한 전경을 볼 수 있는 스크린을 통해 한강과 임진강 그리고 예성강이 만나서 서해로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해마다 이맘때면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한다는 한한수 할아버지(84)는 바로 코앞에 보이는 곳이 고향이라며 날이 좋으면 볼 수 있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한 할아버지는 “저쪽(북녘을 가리키며)이 고향이다. 경기도 개풍군 대성면 진해리 무안이라는 곳인데 저 바로 앞이 개풍군 땅이다”며 “저 강을 사이로 왼쪽은 광덕면 오른쪽은 대성면 어릴 적 동네를 눈앞에 두고도 가지 못한다. 그나마 고향을 볼 수 있는 이곳도 오후 5시가 되면 관람이 끝나 매년 올 때마다 아쉽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기념해 왔다는 김홍국씨(56)와 김윤하씨(55)는 현대사에 관심이 많다며 “개인적으로 통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하나의 정부 하나의 체제가 아니더라도 유럽처럼 다른 색의 정부가 공존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했다.
정상회담도 있고 애인과의 데이트 코스로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았다는 정희철씨(28)는 회담결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쇼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종전을 선언하는 등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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