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무산책임과 개헌에 임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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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인 대한민국헌법은 1987년에 개정된 후 30년이 지나도록 개정되지 않았다. 어린이가 성년이 되면 새 옷을 준비해야 하듯 우리 대한민국도 산업혁명 4.0에 따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시대상황을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대통령 후보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올해 6월1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리하여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헌법개정안을 준비해 왔다.

이러한 와중에 2018년 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특별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마련한 헌법개정안을 문재인 대통령이 3월26일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을 보면 현행 전문, 본문(10장 130조), 부칙(6개)으로 구성된 내용을 전문, 본문(11장 137조), 부칙(9개)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국어기본법에 따라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나 문투는 지양하고 한글화 작업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의 헌법개정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개헌의 압박수단으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 개헌이라는 공약을 지키려는 측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뿐이다. 야당은 지방선거에서 개헌투표를 병행하면 불리하다고 판단해 개헌에 관한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연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여당은 개헌 카드가 공약을 이행한다는 점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개헌을 추진해 왔다.

 

문 대통령발의 개헌안은 천부인권적 성격을 가진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 생명권을 신설했다. 산업혁명 4.0에 대처하기 위해 자기정보통제권을 신설하고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인하하는 등 기본권을 대폭으로 신장하고, 지방분권국가 지향성을 명시하여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것,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의 독립기관화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헌법개정의 근본적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축소가 필수적인데 이에 대해 감사원의 독립기관화나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라는 표현의 삭제 정도로는 여전히 미흡해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봉착, 그 결과 여야 합의의 개헌안 도출이 거의 물 건너가게 됐다.

 

이렇게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이 무산된 이유는 여야가 당리당략에 기초해 개헌을 추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이제라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개헌하려는 초심으로 돌아가 역사와 미래세대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개헌에 임해야 할 것이다.

 

칼 뢰벤슈타인(K. Loewenstein)이 “미국 외의 국가에서 대통령제를 도입하면 ‘죽음의 키스’로 변한다”고 역설했듯이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없이 불행한 최후를 맞이했고 지금도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같은 날 동시에 재판을 받는 불행의 연속에 있다. 여야는 앞으로 몇 명의 전직 대통령들의 ‘죽음의 키스’를 보아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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