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수 욕설 이재명 교체하라’-남경필의 월권 / ‘편향된 질문 토론회 안간다’-이재명의 교만

몇 달 전부터 지역 정가에 돌던 소문이 있었다. 자유한국당이 이재명 후보의 ‘막말’을 공개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른바 ‘형ㆍ형수 욕설 녹음 파일’로 알려진 내용이다. ‘다른 선거 운동은 집어치우고 이 음성을 선거 유세 차량에서 틀어 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한국당 측에서만 나온 소문이 아니다. 경선이 한창이던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집중적으로 같은 얘기가 나왔다. 아마도 이재명 후보 측도 이런 소문을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시작된 듯하다. 불씨를 지핀 것은 홍준표 대표다. 지난 9일 경기 필승결의대회에서 “그것만 유세차에 틀어놓으면 경기도민이 절대로 못 찍는다. 3%도 못 나온다”고 주장했다. 녹음 파일을 틀으라는 지시까지 했다. 남경필 후보도 치고 나가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막말’을 정면 비판했다. 특히 ‘이재명 전 시장을 선거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며 ‘(도지사)후보 교체를 요구한다’고까지 했다.

너무 나간다 싶다. 한국당은 녹음 파일에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걸 유세차량에서 틀고 누비겠다는 얘기다. 성인 유권자뿐 아니라 어린아이들까지 다 듣는 유세차량 방송이다. 안 될 말이다. 남 후보의 ‘이재명 후보 교체 요구’도 권한을 벗어난 분에 넘는 발언이다. 이 후보는 전해철ㆍ양기대 두 후보와 경선을 통해 선택된 합법적 후보다. 상대 후보를 바꾸라는 요구는 듣도 보도 못한 월권(越權)이다.

이 후보 측 태도는 더 이해할 수 없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렀으면 해명을 하는 게 도리다. 과거의 일로 돌릴 상황이 아니다. 이미 해명했다며 침묵할 일이 아니다. 후보자의 과거는 선거를 통해 언제든 현재가 된다. 수년, 수십 년 전 일이라도 선거 때 불거지면 해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입을 닫고 있다. ‘남 후보는 아들 마약 해명하라’는 등의 반박이 넘쳐나지만, 이 후보의 워딩은 아니다. 일부 누리꾼이 해주는 대리(代理) 해명이다.

해명 기회가 있지만 외면하고 있다. 이 후보는 12일 인천경기기자협회가 주최하는 도지사 후보 토론회에 불참한다고 통보했다. 사전에 받아본 예상 질문이 ‘상당히 편향돼 있다’는 이유를 달았다. 편향된 질문이 어떤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15일 생중계까지 잡혀 있던 토론회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지지도 50%를 넘는 이 후보다. 물론 무대응이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권자는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다. 1등 가는 후보의 교만이라 여길 것이다.

이재명 후보도, 남경필 후보도 차세대 주자로 분류된다. 도지사 하고 나서 대통령 하겠다는 정치인들이다. 이번 선거가 끝이 아니란 얘기다. 그때 가서 또 질문받고 또 공격받을 소재다. ‘형ㆍ형수 욕설 녹음’ ‘아들 마약 사건’이란 게 다 그렇다. 이번 선거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 사과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게 용기고 혜안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