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의 석가탄신일은 불교계에서 오랫동안 소망했던 ‘은진미륵’의 국보 승격이 이루어짐으로써(국보 제325호) 더 큰 의미를 안겨 주고 있다.
공식 이름은 ‘석조미륵보살입상’.
논산 육군훈련소와 가까운 관촉사에 소재하고 있는 이 화강암 불상은 1006년 고려 광종 때 혜명스님에 의해 세워졌는데 보통 ‘은진미륵’으로 불린다.
문화재청은 ‘파격적이고 대범한 미적 감각’을 국보 승격의 이유로 밝혔고, 그 뛰어난 독창성과 독특한 모습을 두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민간신앙에 남아 있던 장승의 이미지를 불교적으로 번안한 듯한 토속성이 보인다’고 했다.
서울대 명예교수이고 우리나라의 대표적 조각가이기도 한 최종태 씨는 ‘그 관음상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관음의 마음 속으로 빠져든다. 관촉사 관음상은 우리들의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새 천년을 또 그렇게 거기 서 있을 것이다. 가히 불후의 명작이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높이가 18.12m(폭 9.9m)의 화강암으로 된 이 불상은 국내서 가장 클 뿐 아니라 불상의 귀 역시 3.3m나 되는 등 어떻게 보면 촌스럽고 투박해 보이지만 바로 그것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매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통일신라시대까지 정교한 미를 추구하는 불상, 귀족중심의 불상에서, 민중 신앙으로 발전한 고려시대의 대표적 불상이라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고 보면 오히려 국보 지정이 늦은 감도 든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는 미소, 그 미소 띤 모습에서 고려시대의 힘든 삶을 살던 백성들은 큰 위안을 얻지 않았을까?
미소를 머금은 부처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보84호 서산의 마애삼존불상(瑞山磨崖三尊佛像)이다. 흔히 ‘백제의 미소’로 더 잘 알려진 마애삼존불상은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후 최초로 돌에 새긴 마애불인데 역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온화하고 친근한 표정, 얼굴 가득한 미소다.
이 미소가 돌에 새겨진 관음보살, 석가여래, 미륵보살 등 삼존상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얼굴 가득한데 아침 해가 떠오를 때는 빛을 받아 그대로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온다.
어떻게 이런 솜씨가 가능했을까?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조상(彫像)에서도 볼 수 없는 미소요 그리스, 로마 작품에서도 찾을 수 없는 미소라고 극찬한다. 앞에 언급한 최종태 교수는 마애삼존불의 미소가 ‘모두를 사랑한다’ ‘영원을 산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까지 했다.
그리고 어떤 외국 작가는 물었다. “왜 당신네 부처님은 웃고 있는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도, 중국, 일본, 동남아 그 어느 나라 부처도 이렇게 웃음을 띠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엄숙하던지, 깊이 생각에 잠겨 있던지… 그것이 지금까지 보아온 불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은진미륵과 마애삼존불상은 삶에 지친 대중들에게 천년의 세월, 미소로서 위안을 주고 희망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천년, 그렇게 미소를 머금고 서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문제로 전쟁의 위험에 빠졌던 우리가 이제 무엇인가 희망의 빛을 찾으려는 올해, 이들 불상의 미소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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