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선거범죄의 진화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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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민주선거 제도를 도입한 지 지난 10일로 70년을 맞았다. 1948년 5월10일 유엔 감독 아래 ‘제헌(制憲) 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해 초대 의원 200명을 선출했다. 제헌의회는 헌법을 제정하고 그해 7월 이승만 대통령을 선출했다. 

제헌 의회 구성 이후 지금까지 19번의 대통령 선거와 20번의 총선, 6번의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선거를 통해 나라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것이다. 제헌의원 선거가 치러진 5월10일은 ‘유권자의 날’로 정해졌다.

 

선거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초창기 부정선거와 관권(官權)선거가 판을 쳤다. ‘공개 투표’ ‘야당 참관인 축출’ 등이 자행된 1960년 3·15 대통령 선거가 대표적이다. ‘3·15 부정선거’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결국 자유당 정권이 무너졌다. 이 일로 공정한 선거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돼 1963년 중앙선관위가 출범했다. 부정선거라는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이다.

 

하지만 과열·혼탁 선거는 여전하다. 선관위의 불법 선거운동 단속ㆍ조사에 맞서 선거 범죄의 양상도 진화하고 있다. 1960~70년대만 해도 ‘막걸리·고무신 선거’로 불린 금품·향응 제공이 선거 범죄의 주를 이뤘다. 이후 유권자가 향응·선물을 받으면 그 액수의 최대 50배까지 과태료를 물도록 해 처벌을 강화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오프라인상의 불법 선거는 줄었지만, 온라인상의 불법과 편법이 새로운 문제로 부상했다. 2012년 국정원 댓글 파문을 거쳐 최근엔 ‘드루킹 댓글 조작’까지 벌어졌다. 허위사실 공표, 가짜뉴스 등 사이버상의 여론 조작 방지가 새로운 과제가 된 것이다. 검찰은 ‘가짜뉴스 전담팀’까지 만들었다.

 

6ㆍ13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선거사범이 늘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된 선거사범이 1천13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727명)와 2014년 제6회 지방선거(865명) 같은 시기(D-35일)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방선거의 경우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출마자가 많고 정치신인도 많아 선거사범이 많은 편이다. 입건 사례별로 살펴보면 금품선거 235건(20.7%), 거짓말선거 384건(33.9%), 공무원 선거개입 53건(4.7%), 여론조사 조작 89건(7.8%), 부정 경선운동 21건(1.9%), 기타 352건(31.0%) 등이다.

 

선거가 존재하는 한 선거 범죄는 더 교묘하게 진화할 것이다. 시대 상황따라 또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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