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단체·여권의 어설픈 과거사 들추기 / 北엔 최대 무기 됐고, 靑엔 최대 악재 됐다

민변ㆍ민주당 ‘기획 입국 고발 엄정처리’
북한 ‘기획탈북이니 종업원들 송환하라’
靑ㆍ정부에 해결책 없는 난제로 돌아와

북한이 연일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첫 카드는 지난 16일 새벽에 있었던 고위급 회담 연기 통보다. 한미 간 군사 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꼽았다. 여기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발언도 문제 삼았고, 탈북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도 비난했다. 맥스선더 훈련은 정례적인 한미 군사 훈련이다. 태영호 전 공사의 강연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탈북 단체 대북전단 살포는 그보다도 오래된 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전에도 존재하는 일이었다. 우리 정부로서는 크게 고민할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와는 차원이 다른 고약한 카드가 등장했다. 19일 북 적십자회가 들고 나온 ‘탈북 여종업원 북송 요구’다. 북한은 “종편 ‘jtbc’가 북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 강제 납치라는 것을 낱낱이 폭로했다”며 여종업원들을 북송하라고 요구했다. 앞서의 것들과 비교할 수 없는 복잡한 카드가 등장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끄집어 낸 소재다. 북한 주장대로 국내 종편이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러자 민변 등 일부 친여권 인권 단체가 힘을 보탰다. 민변 소속 변호사는 한 방송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국정원이 ‘이렇게 해서 들어오면 국정원 직원으로 같이 일 할 수 있다’ ‘모든 소원 들어준다’고 해서 총선 전인 4월5일 12명의 여종업원을 강제로 탈북시키고 기획 입국시킨 것이다.” 이어 민변은 당시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당사자는 당시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등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가세했다. 고발 사건에 대한 엄격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공안 기획사건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러자 검찰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공안 2부에 배당하며 수사에 들어갔다. 이게 전부 최근에 진행된 일이다. 이 문제를 북한이 덥석 잡은 것이다. 여종업원 북송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우리로서는 여간 고약한 상황이 아니다. 기획 탈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북한이 그냥 덮고 갈 가능성이 낮다. 기획 탈북이 맞다고 인정하면 상황은 더 꼬인다. 우선 기획 탈북에 대한 대북 사과 요구를 각오해야 한다. 관련자 북송은 더 복잡하다. 또 다른 인권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한변(한반도 인권ㆍ통일 변호사 모임)은 벌써 ‘여종업원들을 북송하면 문 대통령은 탄핵사유’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북한 여종업원 기획 탈북설은 주로 친여 성향의 목소리다. 민주당도 그 중심에 있다. 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불거진 주장이다. 그런데 그게 북한에 대남압박 카드로 돌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입장 곤란하게 하는 악재가 돼버렸다. 방송 보도야 실체적 진실 파악이라는 절차로 보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친여 단체나 민주당의 언행은 다르다. 결과가 황당하다. 북한을 돕고 정부를 힘들게 하는 꼴이 됐다. 그렇지 않나.

지금부터라도 생각해서 언행 할 필요가 있다. 설익은 과거가 들추기가 국익에 역행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북한이 연계된 문제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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