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만 희생해야 하나요” 코앞으로 다가온 주52시간 단축 시행 도내 중소기업들 초비상

▲ 23일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지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간담회에서 이덕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과 도내 기업체 관계자 등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전형민기자
▲ 23일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지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간담회에서 이덕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과 도내 기업체 관계자 등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전형민기자
“중소기업만 희생하란 말입니까”

 

화성과 안성 등지에 사업장을 둔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인 D사는 직원 수가 500명으로 오는 7월1일부터 시행하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대상 사업장이다. 업체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공포된 지난 3월부터 부랴부랴 인력 확충에 나서 100명 이상을 충원했다.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씩 근무하던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직원들의 근로시간이 대폭 줄다 보니 고객사(대기업)가 주문하는 물량을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을 더 충원하려 해도 사람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러는 사이 이 업체의 인건비 부담은 크게 올랐다.

 

이 업체 A 부장은 “우리 같은 대기업 1차 밴드(협력업체)는 언제 얼마큼의 주문량이 늘어올지 모르는데다 바로바로 물량을 대주지 않으면 문을 닫는 건 시간문제”라며 “직원을 충원해도 줄어든 근로시간 때문에 물량을 대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중소기업에는 희생만 강요하는 허울뿐인 제도로,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화성 소재 반도체 제조업체 H사 역시 근로시간 단축 대상 사업장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마찬가지. 직원 수가 300명을 넘는 이 업체도 30여 명을 추가로 고용해 기존 3조 2교대 체제에서 4조 3교대로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갑자기 줄어든 근로시간 때문에 공장 가동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늘어난 인건비는 고스란히 회사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23일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지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간담회에서 이덕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과 도내 기업체 관계자 등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전형민기자
▲ 23일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지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간담회에서 이덕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과 도내 기업체 관계자 등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전형민기자

코앞으로 다가온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도내 중소기업들이 그야말로 초비상에 걸렸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이 23일 청사 회의실에서 관내 20여 곳의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근로시간 단축 사업장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은 이 같은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대부분은 정부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인력충원과 인건비 부담 증가, 통근버스 및 기숙사 운영으로 인한 부대비용 증가 등에 사업 현장의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일부 참석자들은 “법규 위반 시 처벌한다”는 노동부의 방침에 “무조건 제도만 시행하고 처벌만 하려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고용부 경기지청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고용센터에서 업체와 구직자를 연결하고, 추가 고용한 근로자의 임금보전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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